사피윳딘입니다.
오랜만의 시리아 생존기입니다만... 사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 생각입니다. 바로 시리아 사람의 한국 생존기? 라고 할까요?
넵. 사실 얼마전 시리아에서 저희 아랫집에 살았던 시리아 친구가 한국에 왔습니다. 제가 시리아에 있을 때는 그 친구가 저한테 도움을 많이 줬는데, 이제는 반대 입장이 되어버렸죠. 물론 그 때는 저랑 그 친구랑 붙어 살았지만 지금은 그 친구는 목동, 저는 잠실... 아아,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 그래도 며칠 전 그 집에 가서 한국어 교습 사이트랑 책 선물로 주고 오긴 했습니다만....(..........)
그러다보니 한번 이 친구 입장에서 한국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겠더군요. 이 친구 입장에서 한국에서 어버버할만한 물건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시리아 이야기도 나올테니까 말이죠. 그런고로 지난번에 이 친구 만났을 때 한 이야기를 가지고 한번 글을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이 친구가 한국에 와서 가장 답답해 했던 일은 우선
핸드폰 개통 문제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이 친구가 초청 입국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지라 한국에서 경제 생활을 할 수가 없죠. 따라서 나중에 유학용 거주 비자가 나오기 전까지는 한국에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시리아는 입국 비자만으로 핸드폰 개통이 가능한데 한국은 왜 안 되는거냐?" 라고 하더군요. 사실 뭐, 저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것이 없는지라 그냥 "한국이 워낙 불법체류자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라고 대충 이야기해주긴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이 꽤 불편해보이는 것 같더군요.
사실 핸드폰 개통이니 은행 계좌 개통 같은 부분은 확실히 시리아가 편하긴 합니다. 여권만 있으면 핸드폰 개설이 가능하니까요. 비자는 당연히 들어올 때 받은 입국 비자로 가능하고요. 은행 계좌 개설도 몇몇 은행은 여권만 있으면 계좌 개설 가능합니다. 그것도 무려 외화 계좌 개설까지 가능하죠.
물론 인터넷 개설 같은 경우, 외국인은 보증금을 따로 더 내야 하는 단점도 있습니다만, 솔직히 시리아에서 사는데 그렇게 어렵다... 라고 느낀 점은 크게 없었습니다. 비자도 여행 비자 만으로도 대부분의 시리아 생활이 지장없이 가능한지라 굳이 거주 비자 받지 않아도 문제없었고요(물론 거주 비자가 없다면야 생활하는데 돈은 좀 더 들긴 합니다만, 학생이라면 어느 정도 경감해주는 것들이 꽤 많은지라... 대신 거주 비자 얻으면 시리아인과 똑같은 취급을 해주죠).
덕분에 개인적으로도 시리아는 참 외국인이 살기 좋은 나라... 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막상 살기 시작하면 아랍 특유의 느릿느릿한 문화 때문에 성질 급한 한국인은 참 답답하겠습니다만.... 익숙해지면 그것도
괜찮아지고요.
하지만 반대로 이 친구 입장에서는 그게 또 불편한 이유 중 하나죠. 넵, 이 친구가 느낀 두번째 불편한 점은 바로 "한국인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바쁜 거야?" 라는 겁니다.
사실 한국에서 살다보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그렇게 자주 연락하기는 어렵죠. 비록 전화 한 통이라고 해도 솔직히 "어, 지금 이 사람 바쁠 시간인데" 하고 생각하면 섣부르게 전화를 걸기가 어렵습니다. 저 역시도 전화를 그리 많이 하는 타입이 아닌지라 아무리 친해도 용무가 없으면 전화를 하지 않는 타입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아랍 사람들은 다릅니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전화는 물론, 자주 방문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죠. 장사하는 사람들 같은 경우도 자기 가게 비워놓고 남의 가게 놀러가서 차 마시면서 수다 떠는 경우가 상당히 허다합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가게 비워놓을 수가 없어서 식사도 배달로 시켜먹거나 교대로 식사하러 가는 걸 생각하면 순종 시리아인인 이 친구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안 가는 모양입니다.
제가 한국 회사에서는 잠깐 개인적인 전화하는 것도 상당히 안 좋게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그럼 퇴근 뒤에 지하철 같은데서 10분 정도만 해도 되지 않겠냐....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결국 제가 말하길.... "너 우리 교수님 몇 시에 나가서 몇 시에 들어오는지 알지 않냐." 라고 하니까 납득을 하더군요.
.... 사실 요즘에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합니다만.... 한국 사람들 정시에 퇴근하는 경우 그렇게 많지 않죠. 아무래도 정시 퇴근은 눈치가 보이는 경우도 많고 일이 많을 때는 당연히 야근이 필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에 정시에 퇴근하시더라도 최근에는 투잡 하시거나 학원 다니시는 분들도 많다보니 솔직히 만만치가 않죠.
거기에 그렇게 끝나고 지하철이나 차 타고 돌아오면 이미 온 몸은 만신창이인지라 지인에게 용무 없이 그냥 전화 걸어서 수다 떨기도 뭐하고요. 여성분들은 그래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만.... 남성분들은 애당초 그럴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많죠. 그냥 피곤해 죽겠으니 빨리 집에 가서 자고 싶다... 라는 생각만 머리 속에 가득하지 가족이나 친구한테 전화한다... 라는 생각은 대부분 못 하실 걸요? 그리고 아마 그 친구도 피곤할텐데... 하고 전화 안 하는 분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시리아도 물론 기본이 투잡, 쓰리잡이긴 합니다만 일하는 도중에 자기 일 해도 그렇게 심하게 터치하는 문화가 아니다보니 지인과 업무 중에 잠시 수다 떨 시간도 잘 허락하지 않는 한국 문화에 좀 답답해하는 느낌입니다. 이 친구 입장에서 보면 시리아에 있을 때는 심심하면 친구네 놀러가서 차 마시면서 열심히 수다를 떨었는데 여기서는 친구 집이 너무나 멀리 있고(지하철로도 1시간, 다마스커스는 세르비스로 1시간이면 길 안 막히면 시내 어디든 대부분 갈 수 있죠) 대중교통도 워낙 복잡 무비해 "뭐야, 이거 무서워" 수준이니 함부로 밖에 나가기도 어렵고.... 하니 아무래도 답답하겠죠.
여기서 세번째 답답한 점이 바로 대중교통입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야 "한국처럼 대중교통 잘 되어 있는 나라가 어디에 있다고!!" 라고 말씀하시겠지만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학습해야 할 것도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한국처럼 택시 가격 비싼 나라에서는 대중교통이 거의 필수급인데 그 필수 사항을 위해 학습할 것이 많다는 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죠.
뭐, 사실 저도 처음에 일본 갔을 때 그 JR이다 시테츠다 요금 따로 내야한다 쾌속 탔다가 어디서 내려서 일반으로 갈아타야 한다 등등 엄청 복잡해서 고생했던 기억이 나는지라 - 저는 그 때 일본어 할 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 그 친구의 불편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역시 음식 문제를 빼놓을 수가 없겠죠. 사실 이 친구도 순종 시리아인인지라 아랍 음식 이외에는 먹어보지를 못했죠. 거기에 이 친구
어머니 음식 솜씨가 워낙 훌륭한지라 입맛도 좀 비싼 편이고요. 그러다보니 한국 음식은 입에도 대보지를 못했습니다. 제가 전에 한국식 밥과 음식을 몇번 해준 적이 있었는데 결국 이 친구 시리아 음식만 먹더군요.
밥도 시리아식으로 기름에 볶은 것이 아니면 입에도 못 대는지라 - 도리어 그 어머니는 한국산 전기 밥솥에 지대한 흥미를 가지고 있을 정도입니다만 - 지금도 매 끼니 때마다 참 고민이 많다고 합니다. 하도 답답해서 예전에
로오나님께서 소개해주셨던 시리아 음식점 실크로드를 소개해줬습니다만....
.... 하필 현재 내부수리중.... (...................)
뭐,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에요. 한국 사람들도 외국 나
가면 음식 안 맞아서 김치 찾으시는 분들 많으니까요. 그래도 제가 얼른 한국 음식에 익숙해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니까 천천히 익숙해지겠다고 하더군요. 뭐, 그게 언제가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현재 그 친구가 느끼는 모든 어려움들은 차차 한국 생활에 익숙해지면 나아질 것들이긴 합니다. 비자 문제도 뭐 나중에 제대로 비자가 나오면 해결될 문제들이긴 하죠.
다만, 이 친구가 현재 느끼는 불편함들이 대부분 제가 처음 외국 나갔을 때 느꼈던 문제였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많은 분들이 처음 외국 나가셨을 때, 그리고 많은 외국인들이 처음 한국 들어왔을 때 느낄 문제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부분을 가장 고려하고 해결하려 노력하는 나라가
관광 대국으로서의 입지를 빨리 굳힐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간단하게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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