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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윳딘의 시리아 생존기 - 수영장 패닉
사피윳딘입니다.

최근 갑자기 일들이 쏟아져서 제대로 글을 적지 못했습니다. 특히 아랫글 덧글에도 적었지만 아랍 친구 결혼식(시골)에 다녀오느라 인터넷 접속할 수가 없었죠. 참고로 결혼식 2박 3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시리아 생활하면서 체력 부족을 상당히 통감했던지라.... 최근에는 열심히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수영 시작한지 약 1달이 되는 지금 시점에 제 인생 거의 최초로 얼굴이 검게 타서 상당한 건강미와 젊음을 발산하고 있습니다(제발 돌이나 도끼는 던지지 말아주세요).

이번에 적을 이야기는 바로 이 수영장에서 있었던 일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흔히 아랍 지역의 수영장.... 하면 뭐가 떠오르십니까? 제가 처음 아랍 지역의 수영장에 대해 듣기로는 "남자와 여자가 같이 수영할 수 없으며 여자들은 온 몸을 가리는 수영복을 입고만 수영할 수 있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실제로 아랍 지역에서는 이런 수영장이 있는 것이 사실로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여기 시리아에 와서 이야기를 듣기로 남자 시간과 여자 시간이 따로 있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겨울에 수영을 다녔던 학생이 이야기를 해줘서 "흐음... 역시 그렇군" 이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죠. 물론 외국인들이 많이 있는 호텔 수영장의 경우는 예외라고 하긴 합니다만....

그런데.... 여름은 사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아까 위에서 이야기했던 수영장에는 실내 수영장과 야외 수영장이 있습니다만.... 여름에만 야외 수영장이 개장을 합니다. 당연히 저희가 주로 수영하는 곳은 야외 수영장이죠.

그런데.... 이 야외 수영장은.... 무려 남녀가 함께 수영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 사실 여름은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로 더운 계절. 남자라고 해서 더 더운 것도 아니고 여자라고 해서 덜 더운 것도 아닙니다. 거기에 일반적으로 가족이라고 하면 남자만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나 여자만으로 이루어진 가족들 보다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남녀가 함께 있는 가족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세상의 법칙이죠.

.... 거기에 이 시리아는 여름에 걸프 지역에서 피서 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당연히 가족 단위로 오시는 분들이 많겠죠.

.... 그런데 만약 겨울에 하듯이 남녀 시간을 따로 잡아서 수영하게 한다면?

.... 아아, 수영장 수입이 격감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요.... (..........)

.... 사실 걸프 지역 자체는 이슬람 율법이 상당히 강한지라 이런 부분에 대해 상당히 엄격합니다만....

.... 시리아는 아시다시피 이슬람 율법에 그리 엄격하지 않은 나라인데다 그 여름에 피서 오는 분들의 여행 수입이 상당하다는 걸 생각하면..... 바로 개방할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걸프 지역 분들이 국내에서야 엄격한 이슬람 율법 하에서 지내고 계셨지만 밖으로 놀러나온 상황에서까지 율법적으로 사시지도 않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요.

.... 이런 모든 점을 생각하면.... 시리아 수영장의 남녀 공용 개방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일이긴 합니다.

.... 하지만 이런 종류의 혼탕(!!!!!!)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 넵. 당연히 남자 분들이 거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에비).

실제로 수영장에는 여성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수영하시는 여성분들 중에는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멋진 비키니 아가씨들도 있죠. 하지만 사실 이 분들이 시리아 여성분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다니는 수영장에는 외국 분들도 많이 오시기 때문에 그 아가씨들이 유럽 아가씨들일 가능성도 상당히 많으니까요.

거기에 피서 오신 아주머니들은 대부분 수영을 하시기보다는 그냥 아이들 노는 걸 그늘에서 지켜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직접 수영복을 입고 들어오시는 분들은 그리 많지는 않죠.

.... 이런 걸 보면 역시 이슬람 국가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 하지만, 그건.... 제 착각이었을 뿐이었습니다(우우우).

사실 수영장의 부속 시설 중 한국과 다른 곳을 꼽아보라면 저는 주저 않고 바로 탈의실을 꼽았을 것입니다. 사실 실제로 탈의실은 한국과는 약간 다릅니다.

한국의 수영장 탈의실은 대부분 캐비넷만 있는 것이 보통이죠. 그리고 대부분 자기 캐비넷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경우가 많죠. 저도 한국에서 수영장에 갔을 때는 한국에서 속옷까지 벗은 후에 바로 수영복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여성분들의 경우도 아마 비슷하시겠죠.

하지만 아랍 지역은 조금 다릅니다. 캐비넷과 함께 별도의 탈의실이 또 탈의실 안에 있습니다. 이 별도의 탈의실은 혼자만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죠. 간단하게 생각하면 저희들이 옷을 구입할 때 들어가서 살 옷을 입어보는 탈의실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런 탈의실이 안에 몇 개씩 있죠.

이는 같은 동성끼리라도 치부를 보이면 안 된다는 문화적 차이에 기인합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목욕할 때 당연히 태고의 모습으로 돌아가 씻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만, 아랍에서는 목욕할 때도 가릴 곳은 가려주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니 몸을 가릴 대형 타올은 목욕할 때는 필수죠.

목욕할 때도 그런데 수영할 때는 오죽하겠습니까. 그러니 탈의실 안에 또 탈의실이 있는 것이 여기서는 지극하게 당연한 일이죠.

그런데... 토종 한국인인 제 입장에서 이런 방식이 절대로 편할 리가 없죠. 탈의실! 이라 하면 당연히 옷을 벗는 것이 당연할진대. 그걸 또 옷 들고 가서 내부 탈의실로 가서 또 갈아 입어야 하니....

남자 탈의실에 여자가 들어올리도 없는데.... 왜 귀찮게 그래야 하는지....

.... 하지만 정말 불편한 점은 역시 수영을 마친 후에 샤워할 때였죠.

이 친구들은 샤워할 때도 수영복을 안 벗은 채로 샤워를 하는데.... 한국 사람인 제가 보기에는 솔직히....

답답해 미치겠습니다(.........).

.... 물론 저는 한국인답게 당당하게 태고 레인저로 변신 후 샤워했죠. 다행히 차단 커튼이 있어서 그 점은 괜찮았습니다만....

.... 문제는 가끔 이 친구들이 빈 자리 찾다가 그 차단 커튼을 걷어버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

그럼 뭐.

"헉!"

해줘야죠. 뭐 있겠습니까(저기 꺄아아아악~~ 치하아아안 해야 한다는 분 누구십니까?).

어쨌든 이런 방식들이 한국인인 제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었죠.

.... 어차피 남자 탈의실인데 그냥 캐비넷 앞에서 갈아 입으면 될 것을.... (.......)

.... 하지만, 그건.... 제 착각이었을 뿐이었습니다(우우우)X2.

어느 더운 날 오후, 저는 언제나처럼 수영을 마치고 탈의실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같이 수영을 다녔던 다른 유학생들이 다들 일이 있었기 때문에 저 혼자만 수영을 했던 날이었죠.

.... 저 혼자 수영을 하는 것은 꽤나 심심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운동 기분 좋게 했으니 상당히 만족하면서 탈의실로 들어왔죠.

.... 그런데 탈의실에 들어왔을 때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 그리고 저는 보고야 말았습니다.

하얀 히잡을 쓰신 젊은 여자분께서 남자 탈의실 안에서 어린 아들의 옷을 갈아입히고 계셨던 것입니다!!

.... 저기 저 잘못 들어온 거 아니죠? 여기 남자 탈의실 맞는 거죠?

.... 아니, 사실 히잡만 쓰신 남자분?

.... 머릿 속이 여자 분 히잡 색깔처럼 새하얗게 물드는 가운데.... 언젠가 히잡 관련된 책에서 읽었던 히잡 옹호자 분의 이야기가 흘러갔습니다.

"이슬람 국가에서 히잡은 여성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줍니다. 히잡을 씀으로서 여성은 남성들의 공간에 당당히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거죠" (샤방샤방)

.... 저기 그런데요. 선생님.

.... 그 이동의 자유 중에 남자 탈의실도 포함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

"이슬람 국가에서 히잡은 여성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줍니다. 히잡을 씀으로서 여성은 남자 탈의실에 당당히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거죠." (샤방샤방)

.... 이렇게 말한 적 없잖아요.... 그렇잖아요.... (.........)

.... 사실 저 이야기는 히잡에 대한 토론에서 히잡 옹호자들이 종종 써먹는 논리이긴 합니다만.... 그게 이런 식으로 다가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아니, 그보다 애시당초 저게 말이 되는 소리일리가 없잖아요!!!

....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가 수영복 차림이었다는 점이었죠. 팬티 차림만 되었어도 저 그날 충격 먹고 제 정신 못 차렸을 겁니다. 어쨌든 그날은 재빠르게 캐비넷으로 달려가 옷을 모조리 챙겨서 샤워장으로 달려가 샤워실에서 샤워하고 샤워실 바닥에서 옷을 모조리 갈아 입어버렸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 이번에는 남자 샤워실에서 어린 아들을 씻기고 계신 히잡 쓰신 여자분을 발견했습니다.

"이슬람 국가에서 히잡은 여성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줍니다. 히잡을 씀으로서 여성은 남자 샤워실에 당당히 들어갈 수 있게 되는 거죠." (샤방샤방)

.... 이젠 싫어요.... (..........)

.... 그나마 그날은 옷을 다 챙겨 입고 화장실에 가기 위해 샤워실로 들어왔던 것이 다행이었죠.... (.......)

그래서 얻은 교훈.

절대로 탈의실에서 함부로 옷을 벗고 돌아다니면 안 된다.

그리고 또 하나....

어느 나라나 아줌마들은 강하다.

.... 뭐, 사실 그 분들이야 자기 아들 챙기느라 무의식(?) 중에 그러셨을거다.... 라고 최대한, 최대한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긴 합니다만....

.... 만약 제가 그 때 여기 문화를 무시하고 한국에서의 버릇대로 캐비넷 앞에서 갈아 입다가 정면으로 마주쳤다면.... (........)

....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

뭐, 사실 정말로 "이슬람 국가에서 히잡만 쓰면 남자 탈의실이나 남자 샤워실도 갈 수 있다." 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겠죠. 솔직히 아줌마 파워로 무장되어 있지 않으면 저거 가능할 일도 아니겠고요.

.... 하지만 정말 저 때는 많이 당황했습니다. 저 일을 겪은 후에는 저 큰 타월을 구입하려고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되었죠.

.... 나중에 시간 되면 꼭 가서 큰 타월을 사고 말 겁니다.... (........)

.... 그리고.... 혹시라도..... 말씀드립니다만.....

"이슬람 국가에서 히잡 썼다고 해서 남자 탈의실이나 남자 샤워실 들어갈 수 있는 거 절대 아닙니다. 절대 아니에요!!! 그보다 제발! 절대! 들어오지 말아주세요오오오오오오오오!! (혼의 외침)"

.... 이상 줄이겠습니다... (.......)
by 사피윳딘 | 2008/08/23 00:15 | 사피윳딘의 시리아 생존기 | 트랙백(1)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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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keizie's me2.. at 2008/08/23 08:51

제목 : kz의 생각
어느 나라나 아줌마들은 강하다....more

Commented by 오렌지군 at 2008/08/23 00:22
....어쩐지 가슴아픈 혼의 외침이로군요.....
Commented by 사피윳딘 at 2008/08/23 18:33
가슴이 덜컹했다니까요... 정말.... ㅜㅜ
Commented by 死海文書 at 2008/08/23 00:35
보는 제 가슴이 다 철렁합니다.
Commented by 사피윳딘 at 2008/08/23 18:33
네. 정말 철렁했습니다... ㅜㅜ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8/08/23 01:17
(......히죽)
Commented by 사피윳딘 at 2008/08/23 18:33
우우우. 그 미소의 의미는 뭡니까.... ㅜㅜ
Commented by 수도자의삶 at 2008/08/23 03:00
.... 좀 당황스러운... ㅋ
Commented by 사피윳딘 at 2008/08/23 18:34
그렇죠. 당황스러웠죠... ㅜㅜ
Commented by 은현 at 2008/08/23 11:09
역시.. 시리아의 탈의실에는 그런 장점이 있구나.. ㅇㅅㅇ..

응?
Commented by 사피윳딘 at 2008/08/23 18:34
장점 아니에요... ㅜㅜ
Commented by 아크메인 at 2008/08/23 12:12
아, 눈물이 앞을 가려서 도저히 그냥 갈수가 없다(.......)
Commented by 사피윳딘 at 2008/08/23 18:34
너무나 슬픈 이야기.... ㅜㅜ
Commented by xmamx at 2008/08/23 12:40
살이 좀 빠졌나요?

나가면 수영장 다닐까 생각중인데;;; 킁;;
Commented by 사피윳딘 at 2008/08/23 18:35
그게.... 별로 안 빠졌어.... 역시 식사량도 같이 줄였어야 했어... ㅜㅜ
Commented by 카리엘 at 2008/08/23 18:11
사피윳딘 님 지못미(...)
Commented by 사피윳딘 at 2008/08/23 18:35
그 때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ㅜㅜ
Commented by 레아라 at 2008/08/23 20:41
오호........ 히잡을 쓰면 되는거군요.......
Commented by 사피윳딘 at 2008/08/24 17:29
.... 그럴리가 없잖아요.... ㅜㅜ
Commented by 꼬야 at 2008/08/23 23:40
저도 아줌마라서 그런지 더 무섭군요. 후덜덜. 내 아이가 딸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Commented by 사피윳딘 at 2008/08/24 17:30
넵... 저희 남자 쪽도 상당히 난감합니다... ㅜㅜ
Commented by luxferre at 2008/08/27 10:17
혼의 외침은 절실하나 읽는 입장에서는 정말 재미있군요. 사피윳딘님 블로그는 보물창고같아요. 잘 모르는 아랍국가의 생생한 생존기^^
Commented by 사피윳딘 at 2008/08/27 18:28
후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수령사마 at 2008/09/03 05:47
흐하하하하 그냥 에이 짜증나! 하면서 훌렁 벗으셨다가는 진짜 난감하실뻔 하셨겠는데요 ㅠㅠ...
Commented by 사피윳딘 at 2008/09/03 21:33
그러니까요... 안 벗기를 잘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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