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윳딘입니다.
어제 트위터에 팔로우했던 오바마 미 대통령 트위터에서 뭔가 아랍 글자로 적힌 트윗이 계속해서 올라오더군요. 그래서 뭔가 하고 유심히 봤는데 알고보니 페르시아어, 우르드어, 펀잡어, 다리어, 힌두어 등 각 이슬람 지역 언어로 번역된 라마단 축하 메세지였습니다.
즉, 어제부터 라마단이 시작되었다는 걸 겨우 알게 되었네요. 어쨌든 무슬림 여러분께, 라마단 카림(رمضان كريم). 행복한 라마단 되시길.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 굿 잡. 덕분에 라마단 체크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올해 라마단도 시작되었으니 기념으로 저도 라마단 이야기 하나 또 해보죠.
라마단 때의 시리아 풍경은 이미 사피윳딘의 시리아 생존기 - 뒤늦은 라마단 이야기에서 적어두었고 라마단 끝난 뒤의 시리아 풍경에 대해서는 사피윳딘의 시리아 생존기 - 폭탄 테러와 이드 축포, 사피윳딘의 시리아 생존기 - 하룻밤 새 도심의 놀이공원 출현에서 적은 적이 있죠.
사실 라마단이라고 해도 시리아는 어느 정도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마단은 역시 이슬람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간이라는 점에는 이의를 달 수 없을 것 같네요. 사실 어느 정도 유연성은 있다고 해도 많은 무슬림들이 이 단식을 신성하게 지키고 있고, 실제로 라마단을 지내면서 함께 단식을 해온 이웃들과 느끼는 강한 유대감은 상당히 강력한 것이니까요.
실제로 단식에 참여한 무슬림이 거리를 지나갈 때 라마단 기간 중 지나가던 사람이 뭔가 허기져 보이면 "아, 저 살람도!!" 하면서 뭔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도 라마단 기간에 택시를 타면 허기져 보이는 것이 100%인 택시 기사가 "당신도 단식 하세요?" 하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때 그 사람의 눈동자에는 참 수많은 것이 떠오르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그러니까 뭐랄까요. 만약 단식한다고 하면 "아아! 당신도!!!" 하면서 와락 껴안아버릴 것 같은 느낌이 모락모락 들더군요(그만큼 눈이 반짝반짝했다고요).
하지만 솔직히 단식 안 하는 입장인지라 - 무슬림이 아닌 걸 어쩌라고요 - 미안함을 곰씹으며 안 한다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보이는 택시 기사의 허탈한 모습이란.... (솔직히 엄청 미안했다고요.... ㅜㅜ).
이처럼 무슬림들 사이의 유대감을 고취시켜주는 라마단입니다만 그 중에서도 역시 가장 강한 유대감을 느낄 때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낮동안의 단식이 끝나고 모두 모여서 이프타르 같이 먹을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된 단식이 끝나고 같은 고생을 공유한 사람까리 먹는 아름다운 식사!!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만.... 처음 먹을 때는 다들 먹는데 바빠서 조용합니다. 넵. 배고파 죽겠는데 먹어야죠. 넵. 먹어야 사는 겁니다. 먹어라! 먹고 먹고 또 먹어라!! 배가 터질 때까지 먹어라!!! (파파파파팍)
일단 어느 정도 음식이 들어가면 주변 상황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면서 너무나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리고 함께 이 고난을 헤쳐온 주변의 동료들이 눈에 들어오죠. 허겁지겁 먹는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방금전까지 자기도 저렇게 먹었으면서 왠지 허겁지겁 먹는 것이 불쌍해보입니다. 네, 내 배가 찼으니 이제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거죠.
... 조용히 음식을 더 밀어줍니다. 그 사람 흠칫 놀라지만 내어준 음식을 보고는 씨익 웃습니다.
"훗."
말이 필요없습니다. 저 미소는 고된 단식을 함께 헤쳐나온 동지만이 낼 수 있는 고귀한 미소. 아아, 무슬림 동지여.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 이렇게 무슬림들은 서로에 대한 강한 연대 의식을 느끼게 되고... 그 속에서 싹트는 동지애는...(여기까지).
사실 이프타르하면 저는 이런 분위기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현지에서 이프따르에 한번 참여를 해보겠다... 하고 생각하다가 직접 이프타르에 참가했던 것이 지난 2007년, 우마위야 사원에서였죠.
2007년. 노리고 노리던 라마단이 시작되고 얼마 안 있어 저는 한국 학생들 몇명과 함께 우마위야 사원으로 향했습니다. 우마위야 사원에 도착해보니 이미 사원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뭐, 이프타르는 원래 무슬림을 위한 축제라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습니다만.... 라마단의 가장 큰 의의는 누가 뭐라고 해도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굶으면서 빈자의 고통을 체험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빈자에게 음식을 나누어주는 것은 라마단 시기의 무슬림의 의무!
더불어 라마단에 하는 인사인 라마단 카림. 카림은 바로 관대함이라는 뜻. 관대함이란 무엇인가(어째서 갑자기 반말?).
짐... 이 아니라 알라에게 붙이는 경칭 중 하나가 바로 관대함. 그렇다. 짐.... 이 아니라 알라는 관대하다. 그러니 알라를 따르는 무슬림이라면 당연히 관대해야 한다. 하팀 앗 타이(حاتم الطائي)는 죽어서도 낙타를 죽여 손님을 대접했다. 그런 관대함이 바로 무슬림이 지켜야 할 근본! (근데 하팀 앗 타이가 이슬람 이전 시대 사람이긴 하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 그러니까 결론. 여행자(응?)인 나는 당당히 이프타르를 얻어먹을 권리를 가진다!! 이프타르 만만세!!! (두둥)
... 라고 속으로 우겨대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자연스럽게 줄을 섰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거창하게 이야기 안 해도 제 종교에 관계없이 이프타르 음식은 얼마든지 얻어먹을 수 있습니다. 이프타르 줄 때, "당신 무슬림?" 하고 물어보지도 않을 뿐더러 그거 전혀 중요하지도 않죠.
사실 실제로 무슬림들이라면 집에 온 손님을 그냥 보내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차 한잔은 내놓아야죠. 손님 대접은 중동지역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고 라마단 때는 음식들을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것이 당연합니다. 제가 무슬림이 아니라고 해도 시리아를 방문한 외국인. 일단은 손님이니까 얻어먹을 수는 있죠. 제 종교야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줄이 너무 길어!!!"
... 넵. 줄이 너무 길더군요. 제가 줄을 선 곳도 거의 입구에서 사원을 반바퀴 정도 돌아갔을 정도로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프타르 먹으려고 아무 것도 안 먹고 왔는데 줄이 이렇게 길다니 난감 그 자체였죠.
"그냥 포기하고 집에 가서 먹을까?"
... 진짜 아무 것도 안 먹고 온 것이 천추의 한이 될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안 먹어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이 때는 같이 있던 무슬림 분들이 하루종일 굶었다는 점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고작 끼니 때 되서 배고픈 것일 뿐....) 악으로 깡으로 버티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 버팀의 결과, 결국 약 1시간 30분 경과 후(.................), 가까스로 입장에 성공했습니다.
... 입장할 때는 거의 천국의 문이 열린 듯한 느낌이었죠. 드, 드디어 먹을 수 있어!!!!
사실 이 때는 이미 배고픔의 고통이 지나가 해탈에 달한 상태(아시죠? 이 느낌)에 달한 상태였습니다만... 그래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속으로 지화자를 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마위야 사원의 한 자리에 일행들과 다른 현지인분들과 함께 자리를 잡자, 이프타르 음식인 아랍식 볶음밥과 걸레빵, 우유, 라반, 주스들이 앞에 차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굶었던지라 음식을 보니 눈이 뒤집히더군요. 그런데 이프타르 음식이 도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손을 안 대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라라라? 왜 그러지?
오. 마이. 갓! 아니, 여기는 사원이니까 아우주빌라!!!
이맘임이 분명한 어떤 분께서 설교를 하시고 계신 겁니다. 그런데 그게 단순한 설교가 아니었던 겁니다. 시리아 TV 카메라가 열심히 그 모습을 찍고 있었고... 주위에는 고위직 관리임이 분명한 사람들이 앉아 있더군요.
..... 그렇죠. 그런 겁니다. 그렇겠죠. 라마단인데 설교를 안 할리가 없죠.
..... 분위기를 보아하니 설교 끝날 때까지 못 먹을 것 같았습니다.... (...................)
..... 먹고~~ 싶다. 먹고~~ 싶다. (...................)
..... 먹고 싶은데, 난 먹고 싶은데, 저 설교는 도대체 언제 끝나노..... (...........................)
앞에서 모락모락 김을 내뿜고 있는 저 볶음밥의 향기가 저를 더더욱 미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저 이맘님의 설교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더군요. 학교 다닐 때 교장 선생님의 훈화 이후로 저렇게 사람 돌아버리게 만드는 설교는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 같았습니다.
.....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 약 20분 후, 드디어!! 드디어!!!
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만세!! 만세!!)
아아,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이프타르 음식이 사실은 화려하지도 그렇게 맛있지도 않은 아랍의 가장 기본적인 식사라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일단 배를 채울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 만족. 또 만족. 알함두릴라!!! 신께 감사를!!!
먹고, 먹고, 또 먹고....
어느 정도 배가 차니까 이제야 주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저랑 같이 먹던 현지인 분들이 제가 먹는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 넵. 제가 좀 특이하긴 하죠.
제가 먹는 걸 멈추자 그 분들 웃으면서 음식을 더 밀어주시더군요.
오오. 이것은 내가 꿈꾸었던 바로 그것!! 저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주었죠.
"훗."
말이 필요없습니다. 저 미소는 고된 단식을 함께 헤쳐나온 동지만이 낼 수 있는 고귀한 미소. 아아, 무슬림 동지여.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 대한 강한 연대 의식을 느끼게 되고... 그 속에서 싹트는 동지애는...(어이. 자네 무슬림 아니잖아)
... 뭐, 어쨌든 현지에서의 이프타르 체험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사실 음식이 그렇게 맛있는 건 아니었어요. 실제로 같이 갔던 한국 친구는 정작 많이 먹지도 못하더군요. 저야 아랍 음식에 어느 정도 이골이 난 상태였기 때문에 이 정도야 맛있게도 냠냠이었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그 때 엄청나게 기다렸던 덕분에.... 그 이후로는 우마위야 사원에 이프타르 얻어먹으러 간 적은 없습니다. 그냥 집에서 조용히 먹는 것이 훨씬 나았던 것 같아요. 정말.... 그 때의 기다림은.... (................)
그런데, 정작 작년에는 우마위야 사원에서 그런 이프타르를 나눠주는 행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2008년 초,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아랍 지역에 식량 파동이 일어났었죠. 덕분에 쌀 값 같은 곡물 가격이 거의 100% 이상 상승했습니다. 그 때 한국도 물가 엄청나게 오를 때였죠?
그 때 오른 곡물 가격... 사실 아직도 안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우마위야 사원에서 이프타르를 할지 안 할지도 사실 상당히 궁금해요. 그런데 전 지금 한국에 있네요. 그럼, 우마위야 사원에서 이프타르 음식을 나눠주더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까요? 안 될거에요. 아마도.... (우울)
어쨌든 이프타르의 추억과 함께 모든 무슬림 여러분께 라마단 카림(رمضان كريم). 행복한 라마단 되시길....

어제 트위터에 팔로우했던 오바마 미 대통령 트위터에서 뭔가 아랍 글자로 적힌 트윗이 계속해서 올라오더군요. 그래서 뭔가 하고 유심히 봤는데 알고보니 페르시아어, 우르드어, 펀잡어, 다리어, 힌두어 등 각 이슬람 지역 언어로 번역된 라마단 축하 메세지였습니다.
즉, 어제부터 라마단이 시작되었다는 걸 겨우 알게 되었네요. 어쨌든 무슬림 여러분께, 라마단 카림(رمضان كريم). 행복한 라마단 되시길.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 굿 잡. 덕분에 라마단 체크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올해 라마단도 시작되었으니 기념으로 저도 라마단 이야기 하나 또 해보죠.
라마단 때의 시리아 풍경은 이미 사피윳딘의 시리아 생존기 - 뒤늦은 라마단 이야기에서 적어두었고 라마단 끝난 뒤의 시리아 풍경에 대해서는 사피윳딘의 시리아 생존기 - 폭탄 테러와 이드 축포, 사피윳딘의 시리아 생존기 - 하룻밤 새 도심의 놀이공원 출현에서 적은 적이 있죠.
사실 라마단이라고 해도 시리아는 어느 정도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마단은 역시 이슬람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간이라는 점에는 이의를 달 수 없을 것 같네요. 사실 어느 정도 유연성은 있다고 해도 많은 무슬림들이 이 단식을 신성하게 지키고 있고, 실제로 라마단을 지내면서 함께 단식을 해온 이웃들과 느끼는 강한 유대감은 상당히 강력한 것이니까요.
실제로 단식에 참여한 무슬림이 거리를 지나갈 때 라마단 기간 중 지나가던 사람이 뭔가 허기져 보이면 "아, 저 살람도!!" 하면서 뭔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도 라마단 기간에 택시를 타면 허기져 보이는 것이 100%인 택시 기사가 "당신도 단식 하세요?" 하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때 그 사람의 눈동자에는 참 수많은 것이 떠오르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그러니까 뭐랄까요. 만약 단식한다고 하면 "아아! 당신도!!!" 하면서 와락 껴안아버릴 것 같은 느낌이 모락모락 들더군요(그만큼 눈이 반짝반짝했다고요).
하지만 솔직히 단식 안 하는 입장인지라 - 무슬림이 아닌 걸 어쩌라고요 - 미안함을 곰씹으며 안 한다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보이는 택시 기사의 허탈한 모습이란.... (솔직히 엄청 미안했다고요.... ㅜㅜ).
이처럼 무슬림들 사이의 유대감을 고취시켜주는 라마단입니다만 그 중에서도 역시 가장 강한 유대감을 느낄 때는 누가 뭐라고 해도 낮동안의 단식이 끝나고 모두 모여서 이프타르 같이 먹을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된 단식이 끝나고 같은 고생을 공유한 사람까리 먹는 아름다운 식사!!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만.... 처음 먹을 때는 다들 먹는데 바빠서 조용합니다. 넵. 배고파 죽겠는데 먹어야죠. 넵. 먹어야 사는 겁니다. 먹어라! 먹고 먹고 또 먹어라!! 배가 터질 때까지 먹어라!!! (파파파파팍)
일단 어느 정도 음식이 들어가면 주변 상황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면서 너무나 아름다워 보입니다. 그리고 함께 이 고난을 헤쳐온 주변의 동료들이 눈에 들어오죠. 허겁지겁 먹는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방금전까지 자기도 저렇게 먹었으면서 왠지 허겁지겁 먹는 것이 불쌍해보입니다. 네, 내 배가 찼으니 이제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거죠.
... 조용히 음식을 더 밀어줍니다. 그 사람 흠칫 놀라지만 내어준 음식을 보고는 씨익 웃습니다.
"훗."
말이 필요없습니다. 저 미소는 고된 단식을 함께 헤쳐나온 동지만이 낼 수 있는 고귀한 미소. 아아, 무슬림 동지여.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 이렇게 무슬림들은 서로에 대한 강한 연대 의식을 느끼게 되고... 그 속에서 싹트는 동지애는...(여기까지).
사실 이프타르하면 저는 이런 분위기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현지에서 이프따르에 한번 참여를 해보겠다... 하고 생각하다가 직접 이프타르에 참가했던 것이 지난 2007년, 우마위야 사원에서였죠.
2007년. 노리고 노리던 라마단이 시작되고 얼마 안 있어 저는 한국 학생들 몇명과 함께 우마위야 사원으로 향했습니다. 우마위야 사원에 도착해보니 이미 사원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뭐, 이프타르는 원래 무슬림을 위한 축제라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습니다만.... 라마단의 가장 큰 의의는 누가 뭐라고 해도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굶으면서 빈자의 고통을 체험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빈자에게 음식을 나누어주는 것은 라마단 시기의 무슬림의 의무!
더불어 라마단에 하는 인사인 라마단 카림. 카림은 바로 관대함이라는 뜻. 관대함이란 무엇인가(어째서 갑자기 반말?).
짐... 이 아니라 알라에게 붙이는 경칭 중 하나가 바로 관대함. 그렇다. 짐.... 이 아니라 알라는 관대하다. 그러니 알라를 따르는 무슬림이라면 당연히 관대해야 한다. 하팀 앗 타이(حاتم الطائي)는 죽어서도 낙타를 죽여 손님을 대접했다. 그런 관대함이 바로 무슬림이 지켜야 할 근본! (근데 하팀 앗 타이가 이슬람 이전 시대 사람이긴 하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 그러니까 결론. 여행자(응?)인 나는 당당히 이프타르를 얻어먹을 권리를 가진다!! 이프타르 만만세!!! (두둥)
... 라고 속으로 우겨대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자연스럽게 줄을 섰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거창하게 이야기 안 해도 제 종교에 관계없이 이프타르 음식은 얼마든지 얻어먹을 수 있습니다. 이프타르 줄 때, "당신 무슬림?" 하고 물어보지도 않을 뿐더러 그거 전혀 중요하지도 않죠.
사실 실제로 무슬림들이라면 집에 온 손님을 그냥 보내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차 한잔은 내놓아야죠. 손님 대접은 중동지역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고 라마단 때는 음식들을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것이 당연합니다. 제가 무슬림이 아니라고 해도 시리아를 방문한 외국인. 일단은 손님이니까 얻어먹을 수는 있죠. 제 종교야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줄이 너무 길어!!!"
... 넵. 줄이 너무 길더군요. 제가 줄을 선 곳도 거의 입구에서 사원을 반바퀴 정도 돌아갔을 정도로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프타르 먹으려고 아무 것도 안 먹고 왔는데 줄이 이렇게 길다니 난감 그 자체였죠.
"그냥 포기하고 집에 가서 먹을까?"
... 진짜 아무 것도 안 먹고 온 것이 천추의 한이 될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안 먹어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주린 배를 움켜쥐고(이 때는 같이 있던 무슬림 분들이 하루종일 굶었다는 점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저는 고작 끼니 때 되서 배고픈 것일 뿐....) 악으로 깡으로 버티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 버팀의 결과, 결국 약 1시간 30분 경과 후(.................), 가까스로 입장에 성공했습니다.
... 입장할 때는 거의 천국의 문이 열린 듯한 느낌이었죠. 드, 드디어 먹을 수 있어!!!!
사실 이 때는 이미 배고픔의 고통이 지나가 해탈에 달한 상태(아시죠? 이 느낌)에 달한 상태였습니다만... 그래도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속으로 지화자를 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마위야 사원의 한 자리에 일행들과 다른 현지인분들과 함께 자리를 잡자, 이프타르 음식인 아랍식 볶음밥과 걸레빵, 우유, 라반, 주스들이 앞에 차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굶었던지라 음식을 보니 눈이 뒤집히더군요. 그런데 이프타르 음식이 도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손을 안 대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라라라? 왜 그러지?
오. 마이. 갓! 아니, 여기는 사원이니까 아우주빌라!!!
이맘임이 분명한 어떤 분께서 설교를 하시고 계신 겁니다. 그런데 그게 단순한 설교가 아니었던 겁니다. 시리아 TV 카메라가 열심히 그 모습을 찍고 있었고... 주위에는 고위직 관리임이 분명한 사람들이 앉아 있더군요.
..... 그렇죠. 그런 겁니다. 그렇겠죠. 라마단인데 설교를 안 할리가 없죠.
..... 분위기를 보아하니 설교 끝날 때까지 못 먹을 것 같았습니다.... (...................)
..... 먹고~~ 싶다. 먹고~~ 싶다. (...................)
..... 먹고 싶은데, 난 먹고 싶은데, 저 설교는 도대체 언제 끝나노..... (...........................)
앞에서 모락모락 김을 내뿜고 있는 저 볶음밥의 향기가 저를 더더욱 미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저 이맘님의 설교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더군요. 학교 다닐 때 교장 선생님의 훈화 이후로 저렇게 사람 돌아버리게 만드는 설교는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 같았습니다.
.....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 약 20분 후, 드디어!! 드디어!!!
식사가 시작되었습니다(만세!! 만세!!)
아아,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이프타르 음식이 사실은 화려하지도 그렇게 맛있지도 않은 아랍의 가장 기본적인 식사라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일단 배를 채울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 만족. 또 만족. 알함두릴라!!! 신께 감사를!!!
먹고, 먹고, 또 먹고....
어느 정도 배가 차니까 이제야 주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저랑 같이 먹던 현지인 분들이 제가 먹는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 넵. 제가 좀 특이하긴 하죠.
제가 먹는 걸 멈추자 그 분들 웃으면서 음식을 더 밀어주시더군요.
오오. 이것은 내가 꿈꾸었던 바로 그것!! 저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주었죠.
"훗."
말이 필요없습니다. 저 미소는 고된 단식을 함께 헤쳐나온 동지만이 낼 수 있는 고귀한 미소. 아아, 무슬림 동지여. 알라후 아크바르! 알라후 아크바르!
...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 대한 강한 연대 의식을 느끼게 되고... 그 속에서 싹트는 동지애는...(어이. 자네 무슬림 아니잖아)
... 뭐, 어쨌든 현지에서의 이프타르 체험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사실 음식이 그렇게 맛있는 건 아니었어요. 실제로 같이 갔던 한국 친구는 정작 많이 먹지도 못하더군요. 저야 아랍 음식에 어느 정도 이골이 난 상태였기 때문에 이 정도야 맛있게도 냠냠이었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그 때 엄청나게 기다렸던 덕분에.... 그 이후로는 우마위야 사원에 이프타르 얻어먹으러 간 적은 없습니다. 그냥 집에서 조용히 먹는 것이 훨씬 나았던 것 같아요. 정말.... 그 때의 기다림은.... (................)
그런데, 정작 작년에는 우마위야 사원에서 그런 이프타르를 나눠주는 행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2008년 초,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아랍 지역에 식량 파동이 일어났었죠. 덕분에 쌀 값 같은 곡물 가격이 거의 100% 이상 상승했습니다. 그 때 한국도 물가 엄청나게 오를 때였죠?
그 때 오른 곡물 가격... 사실 아직도 안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우마위야 사원에서 이프타르를 할지 안 할지도 사실 상당히 궁금해요. 그런데 전 지금 한국에 있네요. 그럼, 우마위야 사원에서 이프타르 음식을 나눠주더라도 얻어먹을 수 있을까요? 안 될거에요. 아마도.... (우울)
어쨌든 이프타르의 추억과 함께 모든 무슬림 여러분께 라마단 카림(رمضان كريم). 행복한 라마단 되시길....

at 2009/08/23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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