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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과 冥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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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기억하는 추억 속의 맛이 있으십니까?

사피윳딘입니다.

사랑니 때문에 걱정하던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아아, 이제 음식을 당분간은 잘 못 먹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각종 음식들의 맛을 떠올리기 시작했는데... 그러다보니 점점 그 감각이 과거로까지 수렴이 되더군요.

제 35년 인생동안 저도 남부럽지 않게 많은 음식들을 먹어봤습니다. 그러다보니 살아오면서 "우왕!! 이것은 쇼크!!" 라고 생각했던 음식들이 종종 있었죠. 그런 음식들 같은 경우, 지금까지도 그 맛이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딱 처음에 떠오르는 음식은 바로 KFC 오리지널 치킨이네요. 제가 KFC를 처음 먹어봤을 때가 중학교 2학년 때, 즉, 1990년이었는데요. 사실 KFC가 한국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84년입니다만 저 어릴 때는 뭔가 삐까뻔쩍한 느낌에 "저기는 어른들만 들어가는 데야"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생각해보니까 인테리어가 화려깔끔한 곳에 부담을 가지는 버릇은 어릴 때부터였군요. 예전 편의점 때도 그랬고).

그런데, 제가 처음 KFC를 먹어봤을 때가 하필이면 누리단 야영 갔다가 폭우가 쏟아져 음식 텐트가 싸그리 쓸려가버린 덕분에 이틀동안 거의 아무 것도 먹지 못하다가 서울로 올라왔을 때였습니다. 당시 음식들과 요리 기구들이 모조리 진흙 속에 파묻혀 버려서 진흙 속에서 라면 봉지 발굴해서 빗물에 불려먹었을 정도였죠. 물은 빗물 받아서 흙 가라앉힌 후에 먹었고요.

그 고생을 하다가 서울로 돌아오니 어머니가 고생했다고 서울역에 있었던 KFC라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저를 데리고 가시더군요. 그리고 그곳에서 난생 처음으로 KFC 치킨을 먹어봤는데

.... 진짜 할~~ 렐루야!! 할~~ 렐루야!!

.... 그동안 제가 먹었던 치킨들과는 완전 차별화 되는 맛!!! (그동안은 항상 전기구이 통닭 같은 거 먹었었죠)

.... 세상에 .... 이런 천상의 맛이 있나.... (............)

.... 먹어라!! 두 개 먹어라!!! 네 개 먹어라!!!!

.... 정말 와구와구 먹었습니다.

그 이후 제 중학 시절에는 까딱하면 KFC 치킨을 사먹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지금이야 KFC 치킨은 그저 그런 음식 중 하나입니다만... 솔직히 당시 이틀동안 쫄쫄이 굶다가 먹었던 KFC치킨의 맛은 지금까지도 제 기억 속에 남아 있죠.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오래전에 뇌리에 직격했던 음식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우족탕입니다.

그 날이 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졸업식 날이었는데, 역시 난생 처음으로 우족탕 집에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동안은 외식이라고 해봐야 중국집 아니면 경양식집이 대부분이었는데 제 졸업식이라고 할아버지께서 집 근처 우족탕 집을 가자고 하시더군요.

솔직히 우족탕이라는 음식을 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던지라 솔직히 그렇게 기대는 안 했었죠. 그런데 막상 내용물을 보니....

... 이상한 하얀 것이 둥둥 떠 있어요!!!!!

... 네, 뭐, 사실 소고기라고 하면 불고기 밖에 몰랐던 저에게 우족은 정말 생소한 물건이었죠. 양념도 없고, 굽지도 않았고... 도대체 이 물건의 정체가 뭔지도 모르겠더군요.

... 그런데, 어른들 잡수시는 걸 보니까... 희한한 소스장에 찍어서 드시더군요....

그래서 저도 먹어봤죠....

알 함두릴라!!!! (물론 그 때부터 아랍어를 알았던 건 아닙니다만....)

와... 와... 와....

진짜 입안에서 녹는다는 느낌!!!!

... 새콤 달콤 짭짜름한 소스를 찍어 입안에 넣으니까 사르르 녹아드는 느낌이 정말.... 12년 인생 처음으로 맛보는 식감의 마술을 여기서 느껴보게 되었습니다.

... 역시 정신없이 먹게 되더군요.

... 솔직히 어릴 때는 우족탕의 진한 국물 맛은 잘 모를 때였지만... 입 속에서 녹아드는 우족의 식감과 맛있는 소스가 어울린 그 느낌은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물론, 지금은 그것 이외에도 많은 음식들을 먹어본지라 지금은 우족탕을 먹어도 그 때의 그 놀라움은 느끼지 못합니다만.... 어쨌든 당시에는 정말 컬쳐 쇼크 급이었죠.

하지만, 꼭 맛있는 음식 만이 아닙니다. 도리어 맛이 없었던 쪽으로 컬쳐 쇼크를 먹었던 때도 있었죠.

제가 가장 기억이 나는 당황스러웠던 맛은 누가 뭐래도 와사비를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겠죠. 그 때가 국민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친척 집에 모여서 어른들이 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테이블 위에 희한한 녹색 치약 비스무레 한 것이 보이더군요. 넵, 눈치채셨다시피 와사비입니다.

그런데, 저는 진짜 어린 마음에 그게 그 튜브용 어린이 시럽 비슷한 걸로 알았습니다. 그래서 뭔가 달콤할 줄 알았죠.

그래서 용감하게 그걸 하나 가득 입안에 짜넣었습니다.

... 그 뒤....

... 저는 온 집안을 뛰어다니면서 펑펑 울었습니다.... (.............)

... 그 뒤로 와사비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와사비만 보면 도망치는 것이 일상화가 되었죠. 진짜 그만큼 와사비는 저에게 있어 무시무시한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일식에 맛을 들이게 되면서 와사비의 맛에도 눈을 뜨게 되더군요. 특히 초밥 먹을 때 느끼는 와사비의 탁 쏘는 그 맛에 눈을 뜨게 되면서 어릴 때와는 반대로 와사비를 무지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뭐... 와사비 없이는 일식 잘 안 먹죠.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아마 살아오시면서 그 음식을 처음 먹었을 때의 쇼킹함과 그 때의 맛을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기억하고 계신다면 한번 공유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좋은 음식이든 나쁜 음식이든 말이에요. ^^

덧글

  • 불안 2010/01/13 07:34 # 답글

    있죠 역시. 그냥 맛있는 거라고 속이고 콘푸레이크까지 띄워서 아빠가 먹여주셨던 알고보니 뱀국물이라던가(.........잊지않겠다) 국토대장정 한창 중에 그늘도계속안나오고 땡볕에 다 말라죽어가다가 발견한 포카리스웨트라던가. 정말 천상의맛이었는데, 돌아와서 마셔보니 그 맛이 안나더군요. 쩝.;
  • 사피윳딘 2010/01/13 07:36 #

    진짜 저도 체육대회 중에 마셨던 포카리스웨트의 맛은 거의 천상의 맛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역시 이온음료는 갈증으로 죽을 것 같을 때마셔야 제맛인 것 같아요.

    .. 그나저나... 뱀 국물... (...........)
  • 하로君 2010/01/13 09:42 # 답글

    언제였던가.. 국민학교 저학년때의 일이죠.
    한밤중에 갑자기 아버지가 두들겨 깨워 활명수 마시라고 자라면서
    컵을 입에 대줘서 아무생각없이 웬 활명수야..하면서 받아마시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니 입가가 피범벅(....)
    알고보니 사슴피에 활명수를 탄거라고....;;;;

    군에서 먹었던 모든게 사제식품이 맛있었죠.
    특히나 전자레니에 데워먹는 냉동식품.
    물론 제대하고 나서 먹으니 "내가 그떄 미쳤었던게 틀림이 없구나...;;"

  • 사피윳딘 2010/01/13 13:16 #

    군에서는 진짜 모든 사제식품이 맛있었죠... ^^

    그런데, 다들 강장식품에 대한 아픈 추억들이 하나씩은 있으시군요. ^^
  • 송정의촌놈 2010/01/13 09:52 # 답글

    앍 와사비!!! 맨처음 그거 치약인줄 알고 칫솔에 짜고 이닦다가;;;;;;;
  • 사피윳딘 2010/01/13 13:17 #

    그렇게 와사비에 당하시는 분들 많더군요... ^^
  • 코토네 2010/01/13 11:14 # 답글

    저는 아직도 88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시절의 맥콜의 톡쏘는 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맥콜은 톡쏘는 맛이 약해지고 단맛만 더 강해져서... ;ㅁ;
  • 사피윳딘 2010/01/13 13:17 #

    확실히 요즘 맥콜은 예전의 맥콜이 아니에요... ㅜㅜ
  • 스킬 2010/01/13 11:50 # 답글

    언젠가 추운 겨울새벽에 산에 올라서 일출을 보기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때 먹은 순두부가 생각나는군요. 단지 뜨거운 순두부에 간장으로 간을 하고 김가루를 뿌렸던거지만 엄청 맛있던걸로 기억합니다.
  • 사피윳딘 2010/01/13 13:18 #

    아아. 진짜 추운 겨울에 먹는 뜨끈한 순두부 죽이죠... 저도 새벽에 등산했을 때 먹었던 순두부 생각이 나네요.
  • xmamx 2010/01/13 12:30 # 답글

    쇼킹한거면.. 순대였죠...

    어렸을때 모양때문에 먹지를 못했는데...

    접한 순한 "할렐우야!"
  • 사피윳딘 2010/01/13 13:18 #

    나는 순대 그냥 어릴 때부터 맛있게 먹었던 것 같아. 오히려 간이랑 심장 부분을 어떻게 먹냐... 하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요즘에는 순대보다 간이랑 심장 쪽이 더 끌리더라... (....)
  • 라르고 2010/01/13 14:12 # 답글

    저는 유치원때 어머니께서 사주신 대롱대롱이라는 샤베트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께끼도 아닌 것이 혀에 닿으면 사르르 녹으면서 엄청나게 청량한 맛을 자랑했던...그리고 잎사귀 모양 스푼도 참 독특했었죠^^ 커서 비싼 샤베트 많이 먹어 봤지만 역시 그 맛은 안나더군요^^;
  • 사피윳딘 2010/01/13 17:18 #

    그러고보니 지금은 삼강 대롱대롱 안 나오는군요. 저도 상당히 즐겨먹었던 샤베트인데요... (......)
  • 어드벤쳐동혁 2010/01/13 18:13 # 답글

    뭔가 막 머리속에서 맴도는 추억속의 음식들...
    근데 이름이 잘 생각이 안나네요. 옛날 그맛 지금은 다시 맛보지 못할 것들이겠지요.
  • 사피윳딘 2010/01/14 05:41 #

    저도 그렇게 사라진 음식이 있죠. 어릴 적 무슨 미제 런천미트 같은 물건이었는데... 그거 밥에 비벼 먹으면 진짜 맛있었는데.... ㅜㅜ
  • 리퀴드 2010/01/13 19:14 # 답글

    엄마가 은행다녀오실때 사다주시던 던킨도넛츠요XD 지금은 살찔까봐 도넛츠는 왠만하면 먹지않지만.. ㅠㅠ
  • 사피윳딘 2010/01/14 05:42 #

    던킨 도너츠... 좋죠... 저도 던킨 도너츠 좋아합니다. ^^
  • PIAAA 2010/01/13 19:57 # 답글

    호박꿀인가 불량식품이요. 구워먹으면 안에 꿀이 녹아서 존득존득하던 ㅎㅎㅎ
  • 사피윳딘 2010/01/14 05:42 #

    불량식품의 맛도 잊을 수가 없죠... ^^
  • poxen 2010/01/13 20:21 # 답글

    달고나요ㅋㅋㅋ ...지금도 쿠로아메를 우걱우걱 ㅠ(<-대체품..)
    집에서 해먹다가 국자를 태워먹어서 신나게 혼났죠..
  • 사피윳딘 2010/01/14 05:42 #

    앗, 저도 국자 태워먹은 적 있어요... (동지십니다!!)
  • Obituary 2010/01/13 21:08 # 답글

    가출해서 몇주동안 방황하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처음 먹은 소고기 무국이 정말 천상의 맛이었심다..;)
  • 사피윳딘 2010/01/14 05:44 #

    아아, 그렇죠... 확실히 오랫동안 방황하다 집에 돌아와서 먹는 음식의 맛은 정말 최고인 것 같습니다.
  • 다양 2010/01/14 00:32 # 답글

    500원 줄테니 먹으라고 입에 넣어주시던 골..(...)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제가 돈을 내고 먹어야 하죠...
  • 사피윳딘 2010/01/14 05:47 #

    아아... 골수 말씀하시는 건가요? 확실히 소뼈 푹 우려낸 후 나오는 골수도 꽤 별미이긴 하죠. ^^
  • 다양 2010/01/14 10:56 #

    아 저기 생골이었어요..ㅜㅜ
    익히기전의...;;
  • 사피윳딘 2010/01/14 10:58 #

    이... 익히기 전의 생골입니까?
    오오. 뭔가 새로운 도전과제를 찾은 듯한 느낌이.... (그런데 안 딱딱한가요?)
  • haha 2010/01/14 08:13 # 삭제 답글

    반대로...알레포에서 먹은 알레포 케밥은 맛 없기로 기억에 난다는...

    현지인들이 지역특식이라고 해서 먹어봤는데 웬 미트볼을 시큼한 체리주스에 졸인것 같은 음식이 나왔지요...

    맛은....음....상상할 수 없는 컴비네이션이었다고만 해두죠..

    나중에 보니 이란에서도 비슷한 음식이 있더군요...
  • 사피윳딘 2010/01/14 08:16 #

    알레포 케밥은 호불호가 확실히 나뉘더군요. 좋아하는 친구들은 진짜 최고의 맛이었다고 극찬을 하던데 반대로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이게 무슨 맛이냐고 화를 버럭 내더라고요. 제가 먹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 개미 2010/01/14 08:27 # 답글

    저도... 국자 태워먹은 경험이... (먼 산~~~)
    전 조금 고급스럽게 얘기하자면 '사철탕'이라고 하던가요... 그걸 처음 먹었을때 그냥... 입에서... '아~~~ 이건 신이 내려주신 맛이야~~~'하면서 감탄을 연발했었지요.
    처음에 국물과 고기를 입에 넣고 나서... 눈에서 땀이 주루륵(아니... 진짜 그런건 아니구요)
    지금은 그런 감흥은 없지만... 한국에 가면 돼지국밥, 삼겹살, 밀면, 떡볶이와 함께 먼저 찾아 먹을 음식 같다는 생각이... 쩝...
  • 사피윳딘 2010/01/14 08:53 #

    그렇군요. 사철탕 같은 경우도 그 재료가 참 모호해서 그렇지 요리 자체는 참 괜찮은 음식이긴 합니다. 저도 외국 나가 있으면 한국의 각종 요리들이 그리워지더군요. ^^
  • 위장효과 2010/01/15 20:17 # 답글

    링크거쳐 왔는데 이런 재미있는 포스팅이!

    저는 콩비지쪽이요. 콩요리 왠만한 건 다 먹었는데 콩국수와 콩비지는 이게 뭔 맛이야!하고 피해다녔습니다. 어느날 김치에 돼지고기 듬뿍 들어간 비지찌게 먹어보고는 밥 한 공기 추가에 비지찌게 리필...했다죠.

    와사비 하시니까 영화 와사비에서 장 르노가 이자까야에서 종지에 담긴 와사비를 마치 잼 떠먹듯 먹으면서 "이거 맛있군!"하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 사피윳딘 2010/01/16 05:25 #

    욱. 장 르노가 그런 무시무시한 짓도 했었군요... (......)

    사실 저도 콩비지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콩비지 만세를 부르고 다닌다죠...
  • 수갑 2010/01/18 19:34 # 삭제 답글

    저는 뭐랄까 식성이 너무 좋아서 딱히 그런게 있는지 없는지......음...고등학생떄 친구들과 함꼐 갓던 순대국밥집이 기억에 남는지도...친구들이 다들 비슷한 체형(호동이형같은..)..이라 밥공기가 아닌 국그릇에 준 밥과 국물보다 고기가 더많았던 뚝배기..그리고 무한리필가능(가격은 삼천원)하다던 주인 아주머니 말씀...뭐랄까 약간 찡했던 기억이 있는것 같습니다.
  • 사피윳딘 2010/01/18 20:10 #

    우우... 무한리필가능이라는 말씀이 마음에 강하게 와닿는군요... (후르르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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