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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과 冥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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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치킨 애호가의 최후 2-1 - 부제 : 뻘짓 종결자

사피윳딘입니다.

이제야 조금 몸 상태가 나아진 듯한 느낌이네요.... 이제 슬슬 밥도 평소처럼 먹을 수 있는 상태까지 도달했습니다만.... 아직은 조금씩 자제하고 있는 중입니다.

... 덕분에 몸무게도 요 며칠동안 4킬로 정도 줄어버렸습니다만.... 사실 요 몇 주동안 갑자기 또 4킬로가 증가했던 것이 사실인지라 그냥 쌤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몸 상태가 나아졌으니 약속드렸던대로.... 이렇게 낑낑 앓게 된 원인인 제 장대한 뻘짓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약간의 화장실 코미디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민감하신 분들은 식사를 하면서 보시면 곤란할 수도 있습니다.

아래 한 치킨 애호가의 최후라는 글을 적은 시점이 12월 21일 저녁. 사실 21일날 아침에 속 때문에 뒹굴뒹굴거리다가 저녁에는 이제 좀 나아져서 나름대로 여유를 찾았죠. 22일 아침이랑 점심에는 "이제 완전히 나았겠군" 싶어서 밥을 먹었습니다.

... 특히 점심에는 지나치게 여유를 찾아버려서.... 호밀빵이랑 타히니에 막걸리(!!!!)까지 먹는 여유까지 보였습니다.

... 그 결과, 바로 체해버렸습니다(.......................).

조금 나아졌다고 아주 반주까지 곁들인 것이 다시 속을 뒤집어 놓는 상황을 만들어버렸죠.

그런데, 22일에는 우리 시리아 학생회 한국 지부 송년회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소화제는 먹었지만, 그 날따라 집에 항상 비치되어 있던 사혈침이 보이지 않더군요.

시간은 다가오고, 소화제 이외의 적절한 치료법을 찾을 수가 없었던 저는 막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지? 약속을 했으니 가기는 가야 하는데. 소화제로도 체기는 안 사라지고....."

이 때, 갑자기 머리속을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으니.....

"운동으로 소화시키자!!"

.... 네, 이것이 뻘짓의 시작이었습니다.

사실 이 생각을 한 것은 제가 가수 손호영씨의 매니저 군단님들의 블로그, "미스터손 연구소" 를 자주 들려서 보는 애독자였는데 그곳에 그곳에 바로 손호영씨가 운동으로 체기를 가라앉혔다는 에피소드가 있었거든요.

.... 어째서 갑자기 그 에피소드가 생각났는지 솔직히 지금도 이해가 안 갑니다만.... (...............)

.... 사실 제가 만성적 운동 부족이었던지라 운동은 상당히 필요한 몸이기도 하고, 최근 몸무게도 급증한 상황인지라 차라리 사혈침 찾을 시간에 그냥 자전거 타고 강남까지 가자고 생각하고 약속 1시간 30분 전,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처음 자전거 타고 달려갈 때는 좋았습니다. 종합운동장을 지나 테헤란로를 거슬러 올라갈 때만 해도 그냥 상태 괜찮았었죠. 마침 성탄절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인지라 삼성역을 지나자 연말 분위기가 완전 물씬 풍겨나오는 거리 풍경에 기분이 상당히 좋아지기도 했었습니다.


이 사진을 찍었을 때가 2010년 12월 22일 저녁 6시 02분 경. 위치는 포스코 금융센터 서관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아주 좋았죠.

.... 바로 몇 분 후, 찾아올 재앙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말이죠.... (..............)

재앙은.... 이 사진을 찍은 곳에서 바로 다음 블럭에 위치한 선릉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이 기운은!!!! 크와아아아아아앙"

사피윳딘은 다시 울부짖었습니다.

.... 넵, 다시 돌아왔습니다..... 폭풍 배탈.

.... 이제는 체기가 문제가 아니라 얼른 화장실로 달려가지 않으면 무지하게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어버린 것이죠.

그런데, 지난번에는 집이었으니 그나마 괜찮았지만, 지금은 완전 거리. 쌩거리. 다른 말로 길바닥.

배 아파 죽겠어도 바로 해결할 수 없었어요. 네, 그랬어요.

뱃속에서 치는 요동은 절대로 심상치 않았기에 얼굴에는 이미 핏기가 싹 사라져버려 삼도천을 반쯤 건넌 표정이 되어버렸죠.

하지만... 저는 침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치.... 침착해야 해. 다행히 여기는 선릉역이야.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면 바로 화장실 있어. 괜찮아."

네, 긴장으로 가득찬 숨을 고르면서 저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선릉역 8번 출구에 세우고는 자물쇠를 채웠습니다.

"응?"

안 채워집니다.

다시 한번...

"응?"

안 채워집니다.

"어라?"

안 채워집니다.

"어이!!!!!"

안 채워집니다.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좀 삐걱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잠겼던 그 자전거 자물쇠가 전혀 안 잠궈지는 것이었습니다.

하필이면 바로 지금!!!!

"치.... 침착해.... 내가 지금 너무 초조해서 그런 거야.... 뱃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잊어. 아니야. 나 지금 화장실 급한 거 아이야.... 아이야. 제발. 선생님. 제발. (누구한테 말하는거니?)"

다시 한번 돌립니다.

안 채워집니다.

또 돌립니다.

안 채워집니다. 죽어도 안 채워집니다.

슬슬 정신도 혼미해져갑니다. 숨은 가빠집니다. 뱃속의 요동은 더욱 심해집니다.

그 때....

"펩시맨~~~~" (주 : 제 핸드폰 벨소리는 펩시맨입니다)

제 핸드폰이 울리더군요.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받았습니다.

"네, 여보세요."

"네, 여기 $^@#$%인데요. 사피윳딘씨 맞으시죠?"

"네, 어디시라고요? (속마음 : 제발 빨리. 빨리)"

"@#$#$%!@!234@#$ 면접 $ㅃ@#$^!@##$%."

이미 안 들려요. 안 들려요.

정신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말 소리가 너무 울려서 제대로 알아듣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어디신데요? 면접이라고요? (속마음 : 빨리. 빨리)"

"@#$%&@#$ 면접 @#$%^ 내일 #$%^$@#$$"

뭔가 내일 면접 보러 오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네, 그런데 어디신데요?'

"%$^@#%^!@# 원서 내셨죠? #$%!@#%@#$"

"네. 그런데요. 회사 이름이 뭐라고요? (속마음 : 일단 회사 이름만 듣고 나중에 찾아보자)"

"#$%!@$ XXX에요"

"알겠습니다.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전화 끊었습니다. 살았습니다.

자, 이제 전화 끊고.... (.........)

"펩시맨~~~~"

.... 또냐!!!!!!

.... 크흐흐흐흑.....

.... 받았습니다......

"네. 사피윳딘입니다."

"그래. 나 XXX인데."

"네. 형님."

얼마전 일본으로 가셨던 지인 형님이셨습니다.

"나 지금 일본인데, 지금 완전히 고립되었다. 비행기 놓쳤다."

"형님. 저 지금 밖이라 전화 받기 어려운데요. 좀 나중에....."

"나 급하다."

저도 급해요.

"오늘 LA로 떠나는 비행기 공석 있는지 인터넷으로 제발 알아봐주라. 나도 알아봤는데 여기서는 계속 없단다. 진짜 급하다."

저도 진짜 급해요.

"저도 여기 길바닥이라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어휴(수만가지 감정이 뒤섞인 한숨) 알았어요. 알아볼께요."

진짜 급해서 그냥 약속해버렸습니다.

"그래 고맙다."

"네."

바로 전화를 끊은 저는 결국...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전거는.... 포기한다."

결국 저는 자물쇠 잠그는 것을 포기, 대충 잠긴 것처럼 보이게만 해두고 선릉역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선릉역 안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화장실 표시. 앞으로 80m.

"서둘러. 아니야. 괜찮아. 난 안 급해. 괜찮아. 괜찬항.... (이미 오발음 따위를 신경쓸 상황이 아님)"

진짜 80년대 슬랩스틱 코미디를 완벽하게 재현하면서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70m, 60m..... 40m.... 10m.... 그리고, 도착.

"제발, 제발. 칸이 비어있기를....."

정말 간절히 빌면서 저는 화장실로 달려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아.... 아주머니......"

청소 아주머니께서 청소 중이셨습니다...... (...........................)

"그래... 그래도 괜찮아.... 기다릴 수 있어.... 기다릴 수 있어......"

저는 젠틀하게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사실 그것 밖에 방법이 없었어요.

영겁과 같은 시간이 흐른 것만 같았던 2분 후....

저는 가까스로 해방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해방의 기쁨을 맛본 뒤, 저는 다시 자전거를 세워둔 곳으로 올라왔습니다.

다행히도 자전거는 그 자리에 있더군요.

결국 저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탈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잠금 잠치가 고장난 현재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죠.

.... 저는 자전거를 타고 나온 제 뻘짓을 죽도록 후회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었죠..... (................)

덕분에 이제 할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자전거 잠금장치 파는 곳을 찾아야 했죠.

모임 장소는 강남. 시간은 다가오고. 뱃속은 또 언제 울렁거릴지 모르고, 체기는 안 가시고, 비행기 공석도 찾아야 하고, 자전거 잠금장치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지금은 선릉역이고..... 날씨는 추워지고.....

.... 과연 저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요?

.... 다음 편에.... (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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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리리안 2010/12/27 09:07 # 답글

    정말 급할 때에는 수십미터가 수 킬로미터처럼 보이지요. 저도 예전에 지하철 타다 체해서 잠실역에서 화장실까지 가는데 죽는줄 알았습니다;;

    그럼 다음 편을 기대하겠습니다.^^;
  • 사피윳딘 2010/12/27 09:12 #

    네... 진짜 이 상황은 거의 극악의 상황이었죠.... ㅜㅜ
  • 홍언니네 2010/12/27 09:39 # 삭제 답글

    아주 리얼하구요..ㅋㅋ
    상상이 가네요..
    힘드셨겠어요~

    연말 자중하고 잘 보내세요~~
  • 사피윳딘 2010/12/27 12:04 #

    네. 감사합니다. 당시는 진짜 눈앞이 캄캄했었죠... ㅜㅜ
  • 아크메인 2010/12/27 10:10 # 답글

    진짜 배아픈데 가까스로 화장실을 도착했더니 보이는 지옥과도 같은 줄서기(는 훼이크고 내앞에 한명) 최악의 상황.
  • 사피윳딘 2010/12/27 12:04 #

    ... 사실 가면서 제발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얼마나 빌었는지 몰라... ㅜㅜ
  • J 2010/12/27 10:51 # 삭제 답글

    내상을 당했을 때엔 가만히 앉아서 운기조식을 해야하는 법인데...급히 몸을 움직이시는 바람에 주화입마를 당하신거로군요.
  • 사피윳딘 2010/12/27 12:04 #

    네. 그런 겁니다.... ㅜㅜ
  • 전뇌조 2010/12/27 12:40 # 답글

    .....저도 주말 동안 폭풍설사를 겼었는데... 남 이야기 같지가 않네요.
    내 생에 최고의 설사였다고 생각할 수 있었을 정도였습니다. OTL
  • 사피윳딘 2010/12/27 12:54 #

    저도 참 이 때 무섭게 고생을 했었죠.... 진짜 이 고생은 겪어본 사람 아니면 모릅니다... ㅜㅜ
  • Wishsong 2010/12/27 12:45 # 답글

    그래도 체하는 것보다 나오는 게 더 낫지 않나요(...)
  • 사피윳딘 2010/12/27 12:54 #

    ... 그런데 체기도 안 가시더라고요.... ㅜㅜ
  • Defenser 2010/12/27 13:01 # 답글

    으으 예전에 초행길에서 비슷한적이...
    화장실을 겨우겨우 찾았는데 문이잠겼...
    진짜 지금생각해도 어휴;;;
  • 사피윳딘 2010/12/27 13:26 #

    어휴... 진짜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이네요.... ㅜㅜ
  • 휴메드슨 2010/12/27 13:24 # 답글

    급할때는 어디선가 운명교향곡이 들린다는 괴담(?)을 봤습니다 ㅋㅋㅋ
  • 사피윳딘 2010/12/27 13:26 #

    저는 그런 소리도 들을 틈이 없더군요.... ㅜㅜ
  • 휴메드슨 2010/12/27 13:28 #

    설사나면 그렇죠 뭐..
    아악(그림 절규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 사피윳딘 2010/12/27 13:30 #

    우우. 진짜 절규는 계속 떠오르더만요... ㅜㅜ
  • ㅇㅇ 2010/12/27 13:25 # 삭제 답글

    개그밸리로 보내야지 왜 여행?
  • 사피윳딘 2010/12/27 13:29 #

    그야... 집에서 강남까지 자전거로 이동 중에 벌어진 일이라서요. 어찌 보면 이동 중에 벌어진 일이다보니 여행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개그... 라기엔 제가 좀 고생을 했던지라서요.... (..........)
  • 少雪緣 2010/12/27 13:39 # 답글

    페....펩시맨 ㅠㅠ(쏴아아아아아~)
  • 사피윳딘 2010/12/27 13:41 #

    펩시맨 참 오랜만이죠? ^^
  • 다크엘 2010/12/27 16:23 # 답글

    ....바늘로 따시지 그러셨어요..(.. )
  • 사피윳딘 2010/12/27 16:31 #

    바늘도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ㅜㅜ
  • 다크엘 2010/12/27 16:33 #

    합곡혈이라도 누르고 계셨으면 좀 나았을텐데...
    살아남은게 다행이군요...ㅎㅎ
  • 사피윳딘 2010/12/27 16:34 #

    아, 합곡혈.... (그 생각을 못했다)

    ... 어쨌든 지금은 살아있으니 다행이죠.... ㅜㅜ
  • sinis 2010/12/27 17:25 #

    ...........그러니까, 폭풍설사로 인해 변사또가 문을 박차고 있는 상황(!)에서는 합곡혈을 누르면 된다는 것입니까????
  • 다크엘 2010/12/27 17:26 #

    일단 속이 안좋을때 합곡혈을 지압하면 진정은 되니까요..뭐 그게 만능은 아니지만-_-;;
  • 사피윳딘 2010/12/27 18:10 #

    sinis님 / 아, 체했을 때 합곡혈을 누르면 진정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설사일 때 진정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다크엘님 / 네. 저도 체했을 때로 알고 있어요. ㅜㅜ
  • dd 2010/12/28 02:21 # 삭제 답글

    글좀 일본덕후처럼 쓰지마 병시나
  • 사피윳딘 2010/12/28 05:23 #

    그야 아무래도 예전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겼던 것이 사실이다보니 은연 중에 글에 그런 부분이 흘러나올 수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만약 그런 부분이 맘에 안 드신다면 한번 작문법에 대한 고견을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 kimmie 2010/12/28 17:22 # 답글

    글을 보고 있자니 제가 다 마려워 진다능.. 응-_-? ;;;;;
  • 사피윳딘 2010/12/29 03:49 #

    으으음. 그것 별로 좋지 않은 효과인데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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