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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윳딘의 이집트 체류기 - 아랍어 써줘요. 제발!!

사피윳딘입니다.

이번에는 언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언어 이야기를 한다니까 당연히 아랍어... 라고 하시겠지만 틀렸습니다. 영어 이야기입니다.

제가 여러 포스트에서 "영어는 안 통하고..." 라는 말을 쓴 적이 있습니다.

네, 실제로 영어는 안 통합니다. 그런데 당연히 이집트는 모국어가 아랍어니 안 통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 라고 말씀하신다면 그것만은 아니라고 대답해드리겠습니다.

2차 대전 이전까지 이집트는 영국의 가장 중요한 전진기지였습니다.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배우지 않았습니까? 1차 대전 이전에 영국의 종단 정책의 북쪽 기지는 바로 수에즈 운하였죠.

1차 대전이 끝나고 난 뒤에는 수에즈 운하에 영국군이 주둔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이집트는 독립을 얻었습니다.

더불어 2차 대전 이후 수에즈 전쟁으로 나세르가 수에즈 운하의 국유화에 성공할 때까지 이집트에는 영국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죠.

.... 뭐, 꼭 역사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영어는 워낙 세계어다보니 다들 배울 수 밖에 없죠. 그렇기 때문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이외로 꽤 있습니다.

.... 그 영어가 비록 단 몇 가지에 한정된다고 해도 말이죠.

"Welcome to Egypt.", "What's your name?", "Where are you from?"

이 정도는 거의 전 국민이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저는 이 말을 듣고 뭐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까?

정답은 "..... 무슨 소리야?" 였습니다.

.... 제 영어 실력을 의심하지 마세요. 제가 영어에 약한 건 사실입니다만 설마 저 말도 못 알아듣겠습니까?

그럼 저 글귀를 제가 들었던 이집트 영어(!!!!)로 읽어보겠습니다.

"Welcome to Egypt." : 웨르웨르꼼투 이집
"What's your name?" : 홧츄 요르 네
"Where are you from?" : 웨어르 아유 브로

.... 뭐, 기억이 정확한지는 물어보지 마세요. 처음에 들었을 때 제 귀에는 저렇게 들렸어요. 정말 아무 것도 모르던 2년전, 저는 처음에 안 되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보려다 저 황당한 발음의 영어를 듣고 바로 아랍어를 사용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물론 지금은 알아듣습니다. "저것"이 "영어" 라는 것을 말이죠. (두둥)

....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는 콩글리쉬가 있듯이 이집트에는 이집티쉬가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겠죠. 아무리 알아듣기가 어렵다고 해도 말이죠.

당연히 발음 좋은 사람들도 이집트에는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잘 사는 사람들이죠. AUC(American University of Cairo)에 다니는 학생들 같은 경우는 발음 상당히 좋습니다.

일반 서민들의 경우는 아랍어가 상당히 가미된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것도 사용하지 못하는 서민들 또한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이라도 영어를 배운 사람들이라면 외국 사람들 보면 그걸 써먹어보고 싶어서 안달한다는 점이죠. 영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이집트 사회에서도 자랑거리에 속하니까요.

더군다나 이집트인들은 자기 과시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모르는게 있어도 절대로 모른다고는 안합니다. 차라리 엉뚱한 대답을 하면 했죠.

때문에 외국인이 알아듣든 말든. 영어를 유창하게(.......) 씁니다.

그것을 감안을 한 상태에서 한번 상황을 설정해보겠습니다. 저와 영어를 조금 아는 이집트인이 대화한다고 해보죠.

우선 제가 쓰는 영어는 정통 콩글리쉬. 이집트인이 쓰는 영어는 정통 이집티쉬겠죠.

그럼 대화를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 두 엉망인 영어가 만나서 크로스!!!

..... 둘 다 못 알아듣는게 당연하잖습니까!!!!

그러다보니 저는 아랍어로 말을 바꿉니다. 아무래도 아랍어로 하면 조금 알아들을 수는 있으니까요.

..... 아랍어 안 씁니다.

..... 그러니까 그 쪽 영어 못 알아듣겠으니까.... 아랍어로 해요..... 하고 아랍어로 계속 말을 겁니다.

..... 그래도 안 씁니다.

..... 안 되겠다 싶어서 아랍어 잘하는 바드르양 데리고 옵니다.

..... 바드르양 유창한 아랍어로 이야기합니다.

..... 이집트인은 영어 씁니다. 영어로 이야기하라고 합니다.

..... 바드르양 안 되겠다 싶어 유창한 영어로 이야기합니다.

..... 못 알아듣습니다. 이집티쉬 아니면 못 알아듣습니다.

..... 어쩌라고요!!!!

대부분 이런 식으로 대화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로도 이런 일은 상당히 많았습니다.

거리를 지나가는데 어떤 남자가 저보고 "브라자. 브라자." 하고 불렀습니다.

.....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가 깨달았습니다. 저거 "Brother" 였습니다.

CrystalClearSky군이 Hotmail 들어가라고 "핫메일" 이라고 하자 학생들이 웃더랍니다. 왜 웃나 그러니까 수강생들이 말하기를 그건 "호트메이르" 라고 읽는 거라고 교정해 주더랍니다.

..... 저라면 그런 교정 받기 싫었을 겁니다.

마우스 왼쪽 버튼 누르라니까 계속 "부시? 부시?" 그럽니다.

..... 저는 부시 미국 대통령 사진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 그거 "Push" 였습니다.

저 어떤 건물로 들어가는데 외국인이 들어가려고 하는 것을 본 친절한 이집트 아저씨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말합니다. "페르스트."

.....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지만 그래도 "슈크란(아랍어로 감사합니다)" 하고 들어왔습니다.

.....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거 "First" 였습니다.

뭐, 이런 일들은 정말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었죠.

..... 그러다보니 제발 영어 쓰지 말고 아랍어 써줘요!! 하고 몇 번을 속으로 외쳤는지 모릅니다. 저야 아랍어를 조금이라도 알아들으니 도리어 그 편이 낫다고 생각했으니까요.

..... 물론 아랍어로 해도 이집트 사투리로 말하면 곧바로 좌절했겠지만 말입니다.

(물론 흥정 제외. 택시 타는 것 제외. 이 두 가지는 상대가 어떤 아랍어로 이야기 하건 받아칠 자신 있습니다. 이집트 오기전에는 아랍어 전혀 모르던 CrystalClearSky군도 이 상황에서는 아랍어로 잘 받아치더군요.)

어쨌든.... 영어보다 아랍어가 더 쉽게 보일 정도로 영어가 알아듣기 힘들다보니 처음 봉사단 모집 공고를 봤을 때 사용 언어가 "영어" 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 교육을 포기했는가!! 봉사단!!! 이라고 외치고 싶었던 것을 참느라고 혼났습니다.

뭐, 일단 저희가 뽑혔으니 그 불만은 바로 사라졌습니다만.

더불어 제 콩글리쉬를 듣는 외국인들의 고충을.... 상당히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 콩글리쉬에 희생된 수많은 외국인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I'm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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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236 나도 아랍어 (조금은)할 줄 안단 말입니다!!! 2009/11/03 21:29 #

    뭐... 물론 어제와는 다른 이야깁니다만은 이집트는 아랍권에 속해있는 국갑니다. 그래서 정식 명칭도 Arab Republic Of Egypt 입니다. (줄여서 A.R.E) 그래서 기본적으로 아랍어를 사용합니다만은 이집트 아랍어는 북아프리카 전통의 성조가 많이 들어가서 표준 아랍어('풋사' 라고 합니다)와는 상당히 다른 말이 되었습니다.(그래서 아랍어 중 방언을 '암메아' 라고 하지요) 물론 지금 할 얘기는 이 얘긴 하니구요. -_-;;; ...... more

덧글

  • NOT_DiGITAL 2004/09/02 21:38 # 답글

    .....그렇군요. 저도 제 콩글리쉬에 산화한 수많은 외국인 여러분께 사죄를..... (먼산)

    NOT DiGITAL
  • 히요 2004/09/02 21:41 # 답글

    아하하하... 정말, 영어라니 -_-;; 엄청난 괴리감에 플러스 의사소통 차단. 아, 그런데 아랍어로 하라는데도 영어로 말하는 아랍인은 대략 굉장하군요 ^^
  • 사피윳딘 2004/09/02 21:42 # 답글

    NOT_DiGITAL님 / 참회합니다... ㅜㅜ
  • winbee 2004/09/02 21:43 # 삭제 답글

    아고메...거참 뭐라 할수도 없는 문제로군요;
  • 사피윳딘 2004/09/02 21:43 # 답글

    히요님 / ... 그런데 정말 아랍어 안 써요... ㅜㅜ
  • 사피윳딘 2004/09/02 21:43 # 답글

    winbee님 / 그렇죠... 뭐라고 말하기 어려워요.
  • Sion 2004/09/02 21:46 # 답글

    어디서든 그놈의 영어가 문제로군요_no
  • 사피윳딘 2004/09/02 21:50 # 답글

    Sion님 / 큰 문제입니다.
  • Ruri 2004/09/02 21:52 # 답글

    라틴어 계통이라 그런지 프랑스 영어도 이태리 영어도 구린건 마찬가지더군요.
  • 사피윳딘 2004/09/02 21:56 # 답글

    Ruri님 / 모국어가 아니라면 그건 피할 수 없다고 봅니다.
  • DukeGray 2004/09/02 22:53 # 답글

    언어가 다 그렇죠
  • eienEst 2004/09/02 22:55 # 답글

    ...저 발음은 일본 이상이로군요 orz.
  • 사피윳딘 2004/09/02 23:00 # 답글

    DukeGray님 / 다 그런거겠죠?
    eienEst님 / 일본은 그래도 끊어지는 맛이라도 있죠. 이집트는 굴림소리까지 들어가서 점입가경입니다.
  • 앞치마소년 2004/09/02 23:00 # 답글

    .......강하다 이집트.[버엉]
  • 사피윳딘 2004/09/02 23:02 # 답글

    앞치마소년님 / 여러모로 강한 나라입니다.
  • 프리스티 2004/09/03 00:08 # 답글

    푸하핫! 일본식 영어를 뛰어 넘는군요. 하핫;
  • verisimo 2004/09/03 01:59 # 답글

    강해라;; 하긴 전 미국에서도 지방 억양이 좀 섞이면 못 알아들으니까요; (표준어 발음과 하와이 사투리에만 익숙해서;;;)
  • 유루 2004/09/03 02:02 # 답글

    .....재창조군요 저 정도면(.....)
  • leiness 2004/09/03 05:07 # 답글

    베트남식 영어도 환상 입니다.. --; 그리고 의외로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정말 아주아주 심각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몇번 반복해 들으면 대부분 엉터리 영어라도 알아듣습니다. 끝까지 못알아듣는 척 하는 놈이 나쁜놈이죠.
  • 사피윳딘 2004/09/03 07:19 # 답글

    프리스티님 / 뛰어넘더군요.
    verisimo님 / 강하죠...
    유루님 / 네. 재창조입니다.
    leiness님 / 그렇더군요. 그게 더 대단했어요.
  • CrystalClearSky 2004/09/03 08:11 # 답글

    형~~ American University in Cairo 아니에요?
  • 사피윳딘 2004/09/03 08:13 # 답글

    CrystalClearSky군 / 솔직히 헷갈려. in인지 of인지. 둘 다 말이 되거든. 나중에 보름달양에게 물어봐야지.
  • 야옹이 2004/09/03 08:45 # 답글

    ㅇㅂㅇ;;;;; 와! ㅇㅂㅇ;; 콩글리쉬가 무서운거였구나..[꼬물꼬물]
  • 사피윳딘 2004/09/03 08:52 # 답글

    야옹이님 /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 地上光輝 2004/09/03 11:00 # 답글

    저거보다는 콩글리시가 나아보입니다ㅡㅡ;;;
  • 우유차 2004/09/03 11:13 # 답글

    보통 그런 현상을 가리켜 '영어가 남의 나라 나와서 고생하네' 라고 한꺼번에 몰아서 이야기합니다. -.- 자기 말이 아닌 이상 어디서든 어느만큼은 어색해질 수 밖에 없지요. 영어를 1차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차도 인도영어 호주영어 영국영어 미국영어 스코틀랜드영어 층층이 차이가 지지 않습니까. 호주 사람이 인도 영어 못 알아듣는 경우는 일상에 속합니다.
  • 사피윳딘 2004/09/03 12:54 # 삭제 답글

    地上光輝님 / 뭐, 우리나라 사람들 입장에서야 콩글리쉬가 아무래도 정감있고 편하지 않겠습니까?
    우유차님 / 네. 그 점은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가 이집트인이 영어 못한다고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부분으로 인해 야기된 곤란한 상황을 재미있게 말씀드리려고 한 점이죠. 그래서 저 또한 제 발음이 콩글리쉬라는 점을 강조를 한 것이고요. ^^
  • 2004/09/03 15:2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로리 2004/09/03 16:20 # 답글

    콩그리쉬의 신화역시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웃음) 그러고보니 어제 만났던 호주인들은 한국어로 물어보더군요. 한국어+영어+일본어가 섞여서 어찌 이야기를 나눴다는...-_-;
  • xmamx 2004/09/03 16:47 # 답글

    흠... 한국도 마찮가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욕보셨습니다
  • 사피윳딘 2004/09/03 18:20 # 답글

    로리님 / 뭐, 콩글리쉬도 만만치 않죠... ^^
    xmamx님 / 거의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래도 우리나라는 외국인 만나면 피하지만 그쪽은 더 적극적으로 달려든다는 점이 차이점이군요.
  • 영원제타 2004/09/04 14:46 # 답글

    갑자기 비꾸매꾸의 전설이 떠오르는군요.
  • 사피윳딘 2004/09/04 15:13 # 답글

    영원제타님 / 아아. 비꾸매꾸의 전설... 마끄도나르도의 혼돈 속에서 태어난 비꾸매꾸의 처절한 대서사시 말씀입니까?
  • rumic71 2004/09/04 23:57 # 답글

    제가 동경으로 언어연수 갔었을 때 묵은 기숙사에는 네덜란드 청년과 터키인 두명, 대만 아가씨 한명 등등해서 (90%는 한국이었지만) 늘 수개 국어가 난무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일본어 섞어가면서 말하는 영어를 다들 알아듣더군요.
  • 사피윳딘 2004/09/04 23:59 # 답글

    rumic71님 / 아아. 그랬군요... 저는 말하면서 좌절 많이 했습니다. 영어도 아랍어도 그리 잘하는 편이 아닌지라...
  • 개미 2009/11/03 21:22 # 답글

    트랙백 하나 던집니다. 이번에 쓰는 글이 사피윳딘 님이 쓰신 글하고 내용이 비슷(정말? 표절 아니고? -_-;;;)해서 트랙백 하나 던지고 갑니다. 그나저나 5년도 전에 쓰신 글인데... 지금 상황도 사피윳딘 님의 글 하고 비슷합니다. 별로 변한게 없어요... 여긴 정말...
  • 사피윳딘 2009/11/04 02:55 #

    그 동네는 하여간 여전하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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