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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과 冥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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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윳딘의 아랍 이야기 - 라마단 단식과 이들 피뜨르

사피윳딘입니다.

오랜만의 아랍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이집트 이야기에 전념하느라 아랍 이야기는 전혀 쓰지 않았었죠. 오늘은 추석 특집... 이라기에는 뭐합니다만.... 이슬람 이야기를 하나 적어보려고 합니다.

오랜만에 적는 아랍 이야기니만큼 그동안 적었던 아랍 이야기도 링크하겠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오셔서 한번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아랍 세계는 여성의 천국?
난, 죽어도 결혼해야해!
결혼하기 한번 힘들다.
이혼은 아무나 하나?

뭐, 아랍 이야기야 제가 경험한 일이라기 보다는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대부분이고 또 실제 지역에 따라서는 완전히 다르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 참고할 수는 있으실테니까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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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 추석하면 누가 뭐래도 고향을 방문해서 친지들 뵙고 가족과 이웃끼리 모여 명절 음식도 나눠 먹으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죠.

뭐, 이런 명절이야 어느 나라에나 있습니다. 물론 이슬람에도 이런 명절이 있습니다. 이건 이슬람을 믿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나 있는 명절이죠. 이것을 아랍어로 이드라고 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축제일... 이라는 거죠.

이 명절은 이슬람의 다섯 기둥. 즉 오주(五柱)와 큰 관련이 있습니다.

이슬람의 오주라고 하면 신앙고백(샤하다), 예배(살라), 이슬람 세(자카트), 단식(싸이움), 성지 순례(핫지)로서 무슬림이 행해야 하는 다섯 가지 행동입니다.

이 중 단식과 성지 순례가 이 명절들과 큰 관련이 있죠. 우선 두 큰 명절 중 하나인 이들 피뜨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들 피뜨르는 오주 중 단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단식하면 뭐가 떠오르십니까?

네. 바로 그겁니다. 라마단이라고 들어보셨죠?

라마단은 달의 이름입니다. 이슬람력으로 9월에 해당하죠. 바로 이 한달동안 모든 무슬림들은 단식에 돌입하죠.

그렇다고 무턱대고 쫄쫄 굶는 건 아니고 해가 떠 있을 동안만 굶습니다. 물도 절대 마시지 않죠. 뭐, 독실한 신자는 침 조차도 삼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한달간의 단식이 끝나면 벌어지는 축제가 바로 이들 피뜨르입니다. 때문에 "단식을 깨뜨리는 축제"라고도 하죠.

이 때 이슬람 세계에서는 귀성 전쟁(!!!)이 벌어집니다. 우리나라 추석처럼 고향으로 돌아가 때때옷 입고 성묘하고 친지들끼리 만나서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 기간이 바로 이 이들 피뜨르 기간이죠.

그렇다고 "아? 9월이면 가을이잖아? 그럼 추석 맞네?" 라고 하시면 곤란합니다. 이슬람력으로 짝수 달은 29일, 홀수 달은 30일입니다. 따라서 이슬람력으로 1년은 354일이죠. 그 때문에 계절과는 상관없이 달이 변하게 되죠.

그 덕에 라마단은 여름에도 겨울에도 봄에도 가을에도 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여름에 라마단이 오면 상당히 고생하게 되지만 봄이나 가을 같은 때라면 조금은 낫죠.

그런데 왜 그렇게 일부러 고생하면서 단식하나... 라고 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슬림들의 입장에서는 라마단 달은 성스러운 달이죠. 그리고 바로 축제의 달입니다.

쫄쫄 굶으면서 무슨 놈의 축제냐... 라고 하실지도 모릅니다만.... 무슬림들의 입장에서는 아닙니다.

라마단 달의 단식은 분명히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이로써 무슬림들은 순수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굶주리는 고통을 알게 되므로써 굶주리는 이웃의 고통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뭐,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기아 체험이니 뭐니 벌어지고 있습니다만... 이슬람에서야 매년 한번씩 1달간 기아 체험을 하고 있다고 해야하겠죠.

덕분에 이 때 이슬람 지역을 여행하는 여행자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감합니다. 물론 이슬람을 믿지 않으니 먹어도 별 지장은 없지만 일단 낮에는 가게들이 싸그리 문을 닫아버리니 먹고 싶어도 못 먹죠.

또 음식이 있어도 주위에서 다들 굶고 있는데 혼자서 먹기가 상당히 난감합니다. 덕분에 뭐.... 방법 없죠. 굶어야지. 먹고 싶으면 냄새 안 나는 걸로 숨어서 깨작깨작 먹어야죠.

뭐, 하지만 중요한 건 낮이 아닙니다. 진짜 축제는 바로 라마단 달의 밤에 시작되죠. 해가 떨어지면 축제의 막이 열립니다.

해가 떨어지면 사원으로 달려가 공짜로 제공되는 이프따르를 먹을 수 있습니다. 매일 단식이 끝나면 먹는 음식을 이프타르라고 부르죠. 이건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 공짜입니다. 이 이프타르 음식들을 나눠먹으면서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와 서로 어울리기 시작합니다.

자, 낮동안 그렇게 굶주렸다가 먹는 음식이 얼마나 맛있겠습니까? 그러니까 당연히 사람들 기분 좋아지죠. 그러니까 여기저기서 잔치 분위기 나기 시작합니다.

그 때문에 시장은 떠들썩하게 변하고 여기 저기서 불을 한꺼번에 밝히다보니 완전히 축제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매일 밤새도록 놀다가 아침이 되면 다시 정숙하게 단식을 시작하죠.

즉, 낮 동안은 고통스럽고 괴롭지만 밤에 있을 즐거운 시간들 때문에 참아낼 수 있는 겁니다. 안 그러면 참아내기 어렵죠.

저도 실제로 이프따르 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라마단에 사원에 놀러갔다가 얻어먹어봤죠. 사람들 음식 나눠먹는데 이거 꽤 맛있어요.

어쨌든 그 때문에 라마단 달은 축제의 달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또한 이들 피뜨르에는 그 축제 기분이 절정에 달하게 되죠. "라마단 마브루크!!(라마단을 축하합니다!!)"를 외치면서 친지, 이웃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 이들 피뜨르가 무슬림에게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동안 소홀했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는데 가장 좋은 계기라는 겁니다.

아무리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이라도 같이 고통을 함께하면 사이가 좋아지게 마련입니다. 단식이라는 공동의 시련을 뛰어넘었으니 아무래도 평소보다 살갑게 느껴질 수 밖에요.

그 때문에 무슬림들 사이에는 강한 유대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것이 이슬람의 강한 힘을 보여주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죠.

즉, 우리나라에 추석이 있다면 이슬람에는 이들 피뜨르가 있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다음에는 다른 하나의 명절인 이들 아드하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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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나에스탄 2004/09/26 17:43 # 답글

    피뜨르라는 것, 카니발과 비슷한 거였군요. 단식과 관련된 축제라니.. ^^ 실컷 축제를 즐기고 단식하는 것과 단식이 끝나고 하는 축제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하긴 지금의 카니발은 종교색을 이미 잃어버렸긴 하지만요.
    사피윳딘님의 아랍이야기, 오랜만에 보게되어 정말 기쁩니다. >.<
  • 사피윳딘 2004/09/26 18:23 # 답글

    나에스탄님 / 감사드립니다. 조금 딱딱한 글로 돌아와서 걱정했었거든요. 그러고보니 카니발과는 비교가 되는군요. 기독교의 카니발 또한 단식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솔직히 카니발 자체의 의미보다는 그 전에 먹고 마시는데 집중하다보니 카니발하면 먹고 마시고 하는 것부터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 되어버리더군요. ^^;;
  • 시에 2004/09/26 18:58 # 답글

    역시 밥이 맛있을때는 굶어서 배가 무지 고플때이군요.
    흐응. 개인적으로는 아랍권보단 역시 이집트가 >ㅅ<//
  • 좀비君 2004/09/26 19:20 # 답글

    오호...낮에만 하는 거였군요. 어쩐지...내내 굶는건가 해서 신기하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죠;
  • 알트아이젠 2004/09/26 19:46 # 답글

    달의 축제라... 이거 왠지 군침돌게 만드는군요.
    하루라도 저 라마단에 참가해보고 싶습니다.(제정신이냐!)
  • 알트아이젠 2004/09/26 19:48 # 답글

    아, 그리고 단식은 사막의 척박한 생활에서 언제 닥칠지모르는 위험을 대비하기위한 일종의 생존연습중 하나라고 들었습니다만.
  • eienEst 2004/09/26 20:29 # 답글

    ...낮에만 단식이었군요 ^_^; 여지껏 저는 그 기간 내내 절식하는 걸로만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 chronora 2004/09/26 21:34 # 답글

    라마단기간에 밤에 그러는줄은 몰랐군요... 굉장히 마음에 드는 문화 같습니다~_~
  • 야옹이 2004/09/26 21:46 # 답글

    와!! ㅇㅂㅇ...
  • 유루 2004/09/26 23:05 # 답글

    낮에만 한다는 거 알긴 했는데 밤에 공짜로 주는줄은 몰랐군요. ㅇㅅㅇ
  • 사피윳딘 2004/09/27 04:12 # 답글

    시에님 / 재미야 확실히 이집트쪽이 있죠. ^^
    좀비君님 / 내내 굶으면 죽어요.. ^^;;
    알트아이젠님 / 그런 의미도 있었겠죠. 하지만 이슬람은 이제는 사막지역의 종교만이 아니니까요. ^^
    eienEst님 / 아무래도 단식이니까요. 절식은 무리죠.. ^^;;
    chronora님 / 라마단의 밤은 정말 떠들썩합니다. ^^
    야옹이님 / 축제는 언제나 즐겁죠. ^^
    유루님 / 사원에서만 공짜에요. ^^
  • Eugene 2004/09/27 10:29 # 답글

    멋집니다. ^^
  • 히요 2004/09/27 12:35 # 답글

    우와, 다른 나라의 축제이야기는 어느거나 정말 즐거워요. 역시 축제라는 게 들뜨고 신나고 그런 거라서 그럴까나. 종교적 경건함도 좋구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ㅁ<

    하나 궁금한 건... 낮 동안만 굶는데 그게 괴로운 것일까라는...... (전 한 이틀 밤낮을 굶어도 배가 안 고픈 편이라).... 하긴 이전에 올려주신 아랍권의 식사량을 보자면, 낮동안 안 먹으면 정말로 배고파 에너지가 부족할 듯도 합니다만^^;
  • 영원제타 2004/09/27 14:12 # 답글

    어릴적에 몸이 많이 아파서 의사가 밥은 먹지 말고 몇 끼 굶다가
    죽을 먹으라고 했었는데, 밥에 '냄새'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 호적돌 2004/09/27 21:29 # 답글

    재밌군요ㅇㅅㅇ; 좀 힘들겠지만;;
  • 사피윳딘 2004/09/28 04:15 # 답글

    Eugene님 / 멋지죠. ^^
    히요님 / 일단 물도 한모금 안 먹으니까요. 여름 같은 경우 고통스럽겠죠...
    영원제타님 / 네. 밥에도 냄새가 있더군요.
    호적돌님 / 네. 조금 힘들긴 하지만요. ^^
  • 체리君 2004/09/28 11:50 # 답글

    헤에 나중에 이슬람 문화권도 여행해봐야겠네요..'ㅁ';
  • 사피윳딘 2004/09/28 18:57 # 답글

    체리君님 / 네. 여행할만한 곳입니다. ^^
  • xmamx 2004/09/29 00:09 # 답글

    흠... 단식이라... 저는 단식은 못할것 같은데...
  • 사피윳딘 2004/09/29 05:53 # 답글

    xmamx님 / 저도 절식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단식은 무리일 듯합니다.. ^^
  • 보름달 2004/09/29 22:58 # 답글

    제가 모자란 지식으로 조금 덧붙이자면 라마단은 코란에 명시되어 있기를 '흰실과 검은실이 구별되는 시간부터 흰실과 검은 실이 구별되지 않는 시간까지 금식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의 사람들이 임의적으로 새벽 5시부터 오후 5시까지라고 못박아놓은 것이죠.
  • 보름달 2004/09/29 22:58 # 답글

    실제로 제가 있었던 이집트에서는 사원뿐아니라 길거리에서도 '이프따르 비 발라쉬(공짜 아침)'을 즐길 수가 있습니다.
    이프따르는 '푸뚜루(아침식사)'에서 발생된 말로 '아침먹음'이라는 뜻이됩니다. 이는 라마단기간 뿐 아니라 모든 아침에 적용되지요. 이러한 공짜식사는 대부분 부유한 사람들에 기부로 이루어지게 되는데요.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집트에 굉장히 유명한 밸리댄서들과 그 연맹에서 가난한 동네에 이 공짜 아침을 대부분 대접한다는 것입니다. 그 밸리댄서의 한번 공연 관람료는 1000불(120만원)을 호가한답니다.
    이드(축제)때는 아랍 사람들의 성격이 바늘끝 같아지는데요, 외국인도 그떄는 아무렇게나 행동하면 안됩니다. 아무쪼록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지요. 아까 사피님께서 말씀하신것처럼 우리나라에 '복많이 받아라'같은 덕담이 있는데요. 이를 '라마단 마부룩'이라고도 하지만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쿨리 싸나와 안툼 비카이르(매년 당신이 건강하기를 바랍니다)'라는 인사를 합니다. 이때 우리나라 설빔처럼 새옷을 해입고 식구들이 모여서 '카악ㅋ'라는 음식도 해먹는데 그 모습이 우리나라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 보름달 2004/09/29 23:01 # 답글

    오빠 바드르의 버릇없는 꼬릿말이었어요. 잘지내죠? 저도 이문동으로 가출했어요. 덕분에 학교는 편하게 다닌답니다. 구이동으로 이사가신다구요? 이제 같은 동네 사람이 아니네요. 오빠도 이사가고, 나도 가출하고.. 저번에 망둥이랑 나르지스랑 가은이 소영이 만나서 완전 잼나게 알콜파티하고 놀았어요. 다음에는 오빠도 끼세요
  • 사피윳딘 2004/09/30 05:31 # 답글

    보름달양 / 자세한 설명 고마워. 아무래도 직접 겪어본 사람 말이 더 낫겠지. ^^
  • 임충섭 2008/08/26 04:17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쿠웨이트 교민 임충섭입니다.
    조금 있으면 라마단 이어서 저의 블로그에 라마단을 소개하려고 자료를 찾던 중 사피윳딘님의 글을 보았습니다.
    허락해주신다면 저의 블로그에 옮기고 싶습니다.
    자료출처 확실히 밝히고 바로 링크 될 수 있도록 웹 주소 함께 올리겠습니다.
    좋은 소식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 사피윳딘 2008/08/26 15:33 #

    넵. 출처만 밝혀주시고 어디로 옮기시는지만 알려주시면 가지고 가셔도 괜찮습니다. 제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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